이어령다운 팔순잔치… ‘생명이 자본이다’ 출판기념회 겸해

입력 2013-12-12 01:37


‘이 시대의 지성’ 이어령(사진) 전 문화부 장관이 15일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새 책 ‘생명이 자본이다’ 출판기념회를 겸해 팔순 잔치를 연다. 반세기 동안 시대와 문화를 관통하는 창조적인 사고와 가슴에서 우러나온 글로 대중과 소통해 왔던 그의 이름에 걸맞게 진행될 예정이다.

행사에선 ‘팔순 잔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싹 지웠다. 화환이나 부조금 봉투 대신 ‘재능 부조’를 받는다. 연출가 표재순씨가 총감독을 맡아 전체 행사를 조율한다. 명창 안숙선은 창을 부르고 전통 춤꾼 국수호가 신선춤을 출 예정이다. 또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패션쇼, 김덕수의 사물놀이 등 다채로운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 이 전 장관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냥 부조하고 밥 먹는 잔치가 아니라 잔치를 통해 생명이 무엇인지, 서로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느끼고 내 책의 메시지를 같이 나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축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행사에 초청된 300명을 위해 케이터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도시락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는 “우리가 먹는 도시락도 진열에 따라서 일종의 설치예술이 될 수 있다”며 “그냥 배고파서 차려놓은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도시락을 통해 아름다움 속으로 들어가 보는 도시락 퍼포먼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책에서 그는 ‘생명 자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그는 6·25전쟁 직후 어항 속 물이 얼어 거의 죽어 있던 금붕어를 뜨거운 물을 부어 살려낸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는 “그때 나 혼자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놓고 기뻐하는 것이야말로 진짜 생명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50년 만에 그 경험을 되살려 생명에 대해 말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호적상 팔순은 지난해였다.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 개인적으로 잔치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 전 장관의 제자들과 문화계 지인들이 같이 책 출간을 기념해 행사를 열자고 겨우 설득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