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멘토로 나선 ‘히트메이커’ 윤일상 “특정 소수만 음악하는 현실 바꿔야죠”

입력 2013-12-12 01:36


작곡가 윤일상(39)은 1992년 가수 김준희의 ‘오 보이(Oh boy)’를 통해 대중음악계에 발을 디뎠다. 그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대한민국 최고 히트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그를 통해 스테디셀러라 불릴만한, 세대를 초월한 히트곡도 많이 나왔다. 이은미의 ‘애인있어요’, 김범수의 ‘보고싶다’ 등은 전 국민이 부르는 노래방 애창곡이 됐다.

그런 그가 이번엔 작곡가들의 멘토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블 채널 Mnet의 ‘슈퍼히트’를 통해서다. 지난달 29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방송되는 ‘슈퍼히트’는 숨겨진 실력파 작곡가와 최고의 히트송을 발굴하는 프로그램. ‘국민가요’를 만들고자 하는 숨겨진 실력파 작곡가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승자는 ‘슈퍼스타K 5’의 우승자인 박재정(18)의 데뷔 앨범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와 지원금 3000만원이 주어진다.

지난 5일 서울 청담동 작업실에서 만난 윤일상은 “가수를 발굴하고 노래를 만드는 것과 함께 작곡가를 발굴하는 것도 내 일”이라며 “원석같이 보이는 친구들이 꾸준히 음악을 하도록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슈퍼히트’에서 무명 작곡가 3팀의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윤일상 외에도 돈스파이크(본명 김민수), 이단옆차기(박장근, 마이키)가 멘토로 출연한다. 윤일상의 레이블(팀)로 들어온 참가자는 무명에 가까운 현역 뮤지션 김영수(가수 무중력 소년), 김별(가수 퓨어킴)과 형제 작곡팀 오브로스(오주석, 오영석)이다. 그는 “독특한 감성, 날 것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멤버”라며 “절박하게 진정성을 가지고 음악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윤일상은 지난해 MBC ‘위대한 탄생 2’를 통해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그는 비슷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부담도 마다않고 어떤 ‘사명감’으로 결심을 한 배경도 털어놨다.

“기존 가수 오디션이랑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작곡가들은 히트곡 한두 개가 있다고 먹고 사는 게 보장되지 않거든요. 지속적으로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은 특정 소수에게만 집중돼 있죠. 이런 현실을 바꾸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선배 작곡가로서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표절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표절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꺼내는 것 같다”며 “외국에서는 가수의 ‘색깔’이라 표현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표절’이란 꼬리표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문화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들이 판단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인 작곡가들에게도 조언을 남겼다. “작곡의 분야가 다양해져야 해요. 본인이 잘하는 부분을 특화시키는 게 중요한데 외국 같은 경우는 음악의 톤을 고르는 것부터 작곡, 편곡, 믹싱 등 많은 것이 세분화 돼 있는 구조거든요. 혼자 다 하려는 생각보단 가장 좋은 그림을 위해 개인의 특성을 키워가는 게 필요합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