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이후] 장성택 옆에 있다 날벼락… ‘張라인 청소’ 어디까지
입력 2013-12-12 02:50
지난 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 나가는 사진을 화면으로 방영했다. 사진 확인 결과 당시 장 부위원장 주위에 앉아 있던 인물들은 대부분 실각하거나 장 부위원장의 측근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직접 장 부위원장이 끌려 나가는 것을 보게 함으로써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을 살펴보면 당시 확대회의에서 장 부위원장의 오른쪽에 앉아있던 인물은 이영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부위원장 겸 당 근로단체부장과 백계룡 당 경공업부장이었다. 이 부장은 장 부위원장이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측근으로 분류된다. 또 백 부장은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할 때 적극 동참했던 인물이다.
장 부위원장 바로 아래에는 무표정하게 뒤를 돌아보는 김격식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앉아있었다. 김 전 총참모장은 세대교체 바람에 밀려 지난 8월 모든 직책을 내려놓은 상태다. 김 전 총참모장 오른편에는 현영철 5군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현 군단장은 차수 계급까지 올라갔지만 상장(우리의 중장)으로 계급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 장 부위원장과 김 전 총참모장, 현 군단장은 올해 초만 해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과 같은 주석단에 앉아 있었지만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일반석으로 내려앉았다.
정부 당국자는 “일반석으로 내려앉은 인물들은 권력 핵심부에서 밀려난 것으로 봐도 될 것”이라며 “김 제1위원장 1인 지배체제 확보를 위해선 누구든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장 부위원장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지재룡 주중 대사는 최근 숙청 바람에도 불구하고 공개 외교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11일 지 대사가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장 주최로 열린 주중 외교사절 만찬 행사에 참석했다면서 지 대사가 평소와 다름없이 대사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 대사가 장 부위원장의 측근임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대중 외교의 중요성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처형설이 나돌았던 이수용 당 행정부 부부장도 정치국 확대회의에 참석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부부장은 스위스 대사 시절 유학 중이던 김 제1위원장을 도와줬던 인연이 있다”면서 “한때 맡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비자금 관리 업무도 2010년 북한으로 돌아온 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피의 숙청’ 작업 중에도 김 제1위원장의 공식 활동은 계속되고 있다. 조선중앙방송은 김 제1위원장이 사경에 처했던 조선인민내무군 군인들을 치료한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병원의 의료일꾼(간부)들에게 감사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김 제1위원장이 정상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