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예산안 ‘호텔·쪽지 심사’ 없앤다는데…
입력 2013-12-12 03:27
국회가 매년 비판을 받아 온 ‘쪽지 예산’ ‘호텔 밀실 예산’을 개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막판 민원해결을 위한 예산편성이 이번에는 실제로 사라질 수 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안 심사에서 호텔 심사를 없애기로 자체 방침을 정했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1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주 예산안조정소위가 시작된 이후에는 더 이상 소위 말하는 쪽지 예산을 안 받겠다”며 “막판 심사도 여당 간사 등과 호텔이 아닌 본회의장에서 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도 긍정적인 반응이어서 호텔 예산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예산안조정소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은 “민주당 뜻이 그러면 우리도 호텔에서 안 할 것”이라며 “계획에 없는 악성 쪽지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상임위별 예산 심사를 마친 뒤 예산안조정소위에 넘겨 최종적으로 예산 증감액을 조율한다. 하지만 해마다 국회 파행으로 충분한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막판에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은밀히 호텔방에 모여 회의록도 없이 예산안을 확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산안이 늑장 처리된 지난해에는 여야 간사가 서울 시내 호텔 두 곳에서 예산안 조정 작업을 해 비판이 일었고, 이명박정부 때는 야당 간사마저 배제한 ‘형님예산’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민주당은 이례적으로 공개 쪽지 예산도 접수했다. 전병헌 원내대표와 최 의원 명의로 의원들에게 ‘관심 있는 사업 예산을 서면으로 작성해 제출해 달라’는 공지를 했다. 예전처럼 막판에 부탁하지 말고, 예산안조정소위 시작 전에 지역구 민원사업 있으면 공식적으로 미리 쪽지를 내라는 뜻이다. 시·도당 위원장 중심으로 전체 의원의 30~40%가 쪽지를 접수했다고 한다.
그러나 호텔 심사 및 악성 쪽지 예산 배제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심사의 방식이나 장소와 무관하게 결국 힘 있는 의원, 의원들 간 친소관계가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엄기영 유동근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