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곁에서 바람으로 지나쳐주라…” 순직 경찰관 추모관 눈물의 편지
입력 2013-12-12 01:34 수정 2013-12-12 09:26
‘시간이 남으면 내 곁에서 바람으로 지나쳐 주라…. 바람이 불면 네가 왔다 간 줄 알게.’
대구 서부경찰서에서 근무하다 순직한 고(故) 장정현 경사의 친구 A씨는 하늘로 간 친구에게 수시로 편지를 쓴다. 장 경사는 2003년 대구 참산동에서 교통단속 중 역주행 트럭에 치여 순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과 동료들은 경찰청 사이버 추모관에 장 경사를 향한 편지를 띄운다. 사이버 추모관은 순직 경찰 354명에게 추모 메시지를 남기도록 구성된 사이트다. 장 경사의 큰딸은 지난 9월 이곳에 ‘아빠, 저도 이제 고3이에요. 대학교 가면 빨간 스포츠카 사준다고 하셨죠? 좋은 대학교 가서 대학생활 잘 할게요’라는 글을 남겼다.
고(故) 이기홍 경장은 2006년 성남 수진동에서 피의자가 휘두른 칼에 허벅지를 찔려 한 달 만에 사망했다. 이 경장의 어머니는 지난달 ‘첫 눈이 내렸다. 싸늘한 비석을 닦으며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 엄마의 따뜻한 품에 한번이라도 안아줄 수 있다면…’이라고 썼다. 이 경장의 아버지도 지난 10월 ‘커다란 숟가락으로 호박죽 먹으며 “맛있네”를 연발하던 네 모습이 그립다. 금년 호박죽은 그렇게 맛없이 눈물로 먹고 말았다’라고 적었다.
고(故) 문정훈 경장(서울 구로경찰서)은 2003년 7월 업무 중 심근경색으로 순직했다. 그의 어머니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글을 남긴다. 어머니는 지난 추석 직후 ‘하루 종일 붐비던 친척들과 아이들이 각자 제 집으로 가고 보름달을 쳐다보며 그리움에 눈물짓는다. 항상 보름달처럼 웃던 네 모습이 어른거려…’라고 썼다. 문 경장의 아내도 ‘사랑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단 하루라도 셋이 집 앞 공원을 산책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남겼다.
경찰 순직자는 2010년 10명, 2011년 13명, 지난해 15명 등 해마다 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은평경찰서 박경균 경위가 교통단속 중 신호위반 오토바이에 치인 지 23일 만에 숨을 거뒀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