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5개월 만에 합리화→정상화… 강도 확 높아져
입력 2013-12-12 02:49
정부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서 공공기관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경영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지난 7월 경영효율화를 강조했던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과 비교해 보면 불과 5개월 만에 강도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 부채를 줄이는 것은 공공요금 인상을 동반하는 것이어서 국민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을 전망이다. 기관들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방만경영이다. 정부는 합리화방안에서 공공기관에 실질적인 경영자율권을 부여하고 불필요한 경영상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 정상화방안에서는 부채비율과 방만경영에 대해 소극적인 기관장을 임기 중에라도 해임하겠다고 경고했다. 기관이 스스로 정상화계획을 작성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부채 감축과 방만경영 해결을 앞세운 상황에서 향후 5년간 정부가 공공기관의 운명을 쥐게 될 공산이 커졌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합리화 정책방향 발표 당시에도 문제의식은 있었지만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은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관리계획은 합리화방안과 큰 차이가 없다. 비율이 210% 이내에서 200% 이내로 소폭 하향 조정됐다. 다만 정부는 부채가 과도한 12개 기관과 방만경영이 우려되는 20개 기관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등 대증요법보다는 종합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요금 인상 압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스·철도·고속도로 요금 등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공공기관들이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부채가 95조886억원인 한국전력은 당기순손실만 3조780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2015년에나 당기순이익으로 전환한다는 중장기 재무관리 목표를 갖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2013∼201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요금 인상과 관련해 매년 2.5%씩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기관들이 강도 높은 자구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움직임도 변수다. 노조는 4대강 사업을 포함해 전임 정부 시절 각종 국책사업으로 공공기관들이 빚더미에 올랐는데도 정부가 기관에만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발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관의 자구노력과 복지 혜택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별도로 재정 투입을 하지 않는 한 부채비율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