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정부 “이번만큼은 꼭”… 방만경영 고질병 ‘쇠심줄’ 끊는다
입력 2013-12-12 02:48
공공기관의 문제점은 과다한 부채와 방만 경영이다. 단 두 가지뿐이지만 “마치 쇠심줄 같이 끈질기게 이어져 온”(현오석 경제부총리) 고질병이다. 지난 정부들의 실패한 공공기관 개혁과 달리 정부는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턱밑까지 차오른 부채, 신의 직장 수준의 과도한 복지 혜택=지난해 말 현재 공공기관 부채는 493조4000억원으로 국가채무(446조원)보다 많다. 사실상 나라 빚인 공공기관 부채가 지난 5년간 184.6% 급증하면서 국가 재정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 특히 부채 중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금융 부채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2개 주요 공공기관의 부채 412조3000억원 중 금융부채는 305조2000억원(74.0%)이다. LH와 한국전력 등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11일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함께 공개한 공공기관의 8대 방만 경영 사례를 보면 공공기관 직원들은 국민들의 공분을 살 만큼 과도한 복지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창립기념일과 근로자의 날에 직원들에게 70만원씩 주는가 하면, 한전은 퇴직·순직한 직원의 유가족에게 10년간 매년 120만원과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정년퇴직한 직원의 자녀를, 농어촌공사와 환경공단은 순직한 직원의 부양가족을 특별채용 방식으로 뽑는 현대판 ‘음서제’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연구직이 아닌 일반직에 대한 유급(연봉 30%) 안식년 제도를 운영하는 등 일반기업에 비해 느슨한 복무 형태도 방만 경영의 한 사례로 꼽혔다.
여기에 대다수 공공기관들은 직원들에게 급여 외에 연 1000만원 내외의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노조의 지나친 요구, 사측의 도덕적 해이, 주무부처의 방관이 맞물려 공공기관의 불합리한 복리후생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족집게 식’ 개혁 추진=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개혁이 300여개의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번 대책에는 178개 기타공공기관은 해당 주무부처가 책임지도록 하고, 주요 공공기관 32곳을 요주의 기관으로 선정해 집중 관리키로 했다.
과다한 부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선 공공기관 스스로 부채감축계획을 제시하도록 하고, 정부는 정책패키지를 통해 우회 지원키로 했다. 또 신규 사업의 경우 사업타당성과 함께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해야 가능토록 했다. 정부가 할 일을 공공기관에 무작정 떠넘기는 관행을 지양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른다. 정부 관계자는 “올 연말에 임명된 공공기관장이 내년 10월에 사표를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매년 이뤄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100점 만점) 항목에서 부채 관련 평가 비중을 현행 8점에서 17점으로, 과도한 복지혜택 관련 비중을 8점에서 12점으로 올렸다. 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부분이 좋아도 기관장 해임 건의가 가능한 E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대신 노동조합의 반발 등을 감안해 개혁 과정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기관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