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선교사 파송 20년… 캄보디아를 가다] (2) 가난과 질병, 상처 보듬는 교회들

입력 2013-12-12 01:29


“캄보디아 기적은 예수로부터…”

캄보디아에는 올 12월 현재 319곳의 단체에서 파송된 600여명의 한국선교사들이 사역하고 있다. 이들 선교사는 캄보디아 곳곳에서 가난한 이웃과 방치된 어린이들을 돌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창훈(50) 선교사는 지난달 말 씨엠립(Siem Reap)에 다녀왔다. 식수가 부족한 마을에 우물 두 개를 파주기 위해서다. 이곳은 앙코르와트가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캄보디아 제1의 관광 도시지만 현지인들의 삶은 녹록지 않다. 식수가 없어 흙탕물을 떠먹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부모에게 버림받아 거리에 방치된 아이들도 종종 눈에 띈다.

김 선교사는 예장합동 세계선교회(GMS) 소속으로 2000년 파송됐다.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믿음의 사람을 키우는 것’이었다. 프놈펜에 조그만 건물을 하나 얻어 대학진학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캄보디아 학생들에게 숙소로 제공했다. 그들과 틈날 때마다 성경 말씀을 읽고, 예배를 드렸다. 학생들이 경제적, 심리적으로 어려운 일을 겪으면 발 벗고 나서 도왔다. 삶을 통해 전도가 이뤄졌고, 열매는 풍성했다. 11년간 13명의 청년들이 목회자가 돼 모두 교회를 개척했다.

에이즈 때문에 부모를 잃고 방치된 어린이들을 위해 2006년에는 씨엠립에 쉼터를 마련했다. 3∼4살부터 17살까지 20여명이 찾아왔다. 쉼터 이름을 ‘소망의 집’이라 붙였다. 사역팀을 상주시켜 성경을 가르치고 영어와 미술 등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다. 김 선교사는 “굶주림 탓에 장래 희망을 갖는 것이 사치였던 아이들이 이제는 교사, 의사 심지어는 총리가 되겠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한인 선교사들을 통해 복음을 접한 현지인들의 선교활동도 활발하다. 캄보디아침례교 소속 투온(Toun·60) 목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1993년 한인 선교사로부터 처음으로 복음을 들었다. 투온 목사는 “예수가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돌아가심으로 우리는 죄사함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오가던 선박에서 일하면서 가끔씩 배의 기름을 훔쳐 부당이익을 취했던 일이 생각나며 눈물과 회개기도가 나왔다”고 회고했다.

이후 수시로 성경을 읽고 기도하던 중 “이 나라가 하나님 앞에 회개해야 한다”는 응답을 들었다. 곧바로 일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진학해 목사안수를 받았다. 교도소와 빈민가를 누비며 쌀과 선물을 나눠주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을 전했다. 핍박이 심했다. 반감을 가진 이들이 그를 도둑으로 몰아 감옥에 수감되기도 했다. 투온 목사는 “다행히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한인 선교사들이 앞장서서 도움을 줘 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다.

그가 세운 프놈펜 침례교회에는 현재 25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동역자들과 힘을 모아 프놈펜과 베트남 국경지역에 10여개 교회를 개척했다. 투온 목사는 “정확한 숫자는 알 수는 없지만 캄보디아 전역에서 현지인 목회자들이 사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먼저 복음을 접한 만큼 책임감을 갖고 민족 복음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캄보디아)=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