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나온다면 긴장부터… 가수들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

입력 2013-12-12 01:48


MBC ‘쇼! 음악중심’ 무대 디자이너가 말하는 세트의 세계

‘대세돌’로 불리는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멤버는 12명. 이들이 한꺼번에 서면 무대가 꽉 찬다. 지상파 음악방송 무대는 보통 가로 26m. 하지만 엑소처럼 인원이 많으면 30m까지도 넓어진다. 넓이와 컬러, 조명이 수시로 휙휙 바뀌는 화려한 음악방송 세트는 누구의 손에서 탄생되는 것일까.

MBC 미술센터의 정세리(27) 미술감독을 최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MBC드림센터에서 만났다. MBC ‘쇼! 음악중심’(이하 ‘음악중심’)과 드라마 ‘빛나는 로맨스’의 세트 디자인을 맡고 있는 정 감독은 ‘음악중심’ 생방송이 이뤄지는 메인 무대를 디자인한다. ‘음악중심’ 1회당 무대는 보통 4∼5세트가 지어진다. 컴백하는 가수가 많은 주에는 6세트까지도 만든다.

‘음악중심’의 일주일은 바쁘게 돌아간다. 정 감독은 매주 토요일 오후 3시55분에 방송되는 ‘음악중심’이 끝난 후 바로 다음 주 생방송 메인 무대의 디자인을 시작한다. 주말 내내 디자인을 하고, 월요일이 되면 그 디자인으로 회의를 한다. 최종 무대가 결정되면 무대 제작도를 만들고 화요일에 무대 세트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사전 녹화 무대의 경우 가수들이 무대 콘셉트를 보내온다. 가수마다 동일한 콘셉트를 지상파 방송 3사에 요청하기 때문에 가끔은 다들 비슷한 무대를 내보내게 될 때도 있다. 모든 세트는 금요일에 완성되고, 토요일 새벽부터 사전 녹화와 생방송이 진행된다. 그렇게 한 주의 ‘음악중심’이 끝나면 다시 다음 주 ‘음악중심’을 준비한다.

“가수들마다 콘셉트도 다르고 쓰는 색깔, 안무 활용까지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무대 디자인은 정말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고 정 감독은 설명했다.

세트에 사용되는 재료는 나무가 가장 많다. 그 다음이 LED 조명이다. 나무 세트는 아깝지만 한 번 사용하고 파기한다. 조명으로 이루어진 세트는 분해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사실 ‘음악중심’이 녹화되는 무대는 화면보다 작습니다. 그러나 작은 곳도 최대한 넓고 크고 멋지게 보여주는 것이 디자이너가 할 일이에요.”

엑소의 경우 12월 컴백을 예고했을 때 인원이 많아 “또 넓은 무대를 디자인해야 하나”라며 긴장했지만 이번 활동은 3명만이 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작아져 안심했다. 댄서들이 많이 나올 때는 방송 직전 세트 레이아웃이 바뀌어 애를 먹기도 한다. 마감도 세심하게 해야 한다. 카메라에 허술한 부분이 보일세라 방송 직전까지 꼼꼼하게 점검한다.

“방송이 끝난 후 팬들이 ‘무대 예쁘다’는 말을 해줄 때 가장 뿌듯해요. ‘일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