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하나만 되는 건 NO… 복합가전 전성시대

입력 2013-12-12 01:46


가전제품에 복합화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 가전제품이 한 가지 기능만 사용할 수 있었다면 요즘 나오는 제품은 원래 기능 외에 추가적인 기능까지 더해 여러 가지 용도로 쓸 수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11일 “최근 중국발 초미세먼지 급증으로 깨끗한 공기에 대한 수요가 늘자 가습과 공기청정 기능을 겸비한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한국공기청정협회로부터 인증받은 공기청정기와 가습 기능을 묶은 ‘자연가습청정기’를 출시했고 LG전자, 위니아만도 등은 자연 가습 방식으로 공기를 씻어주는 기능이 있는 ‘에어워셔’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웨이도 지난달 자사의 자연가습청정기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78% 증가했다고 밝혔다.

공기청정 제품은 황사가 몰려오는 봄에 주로 수요가 몰렸고 가습기는 건조해지는 겨울철에 인기 있는 제품이었다. 따로 두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가격이나 공간 활용에서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소비자가 늘자 업체들이 발빠르게 두 기능을 묶은 제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가전제품 복합화는 주로 주방과 거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 출시한 스파클링 냉장고가 한 달에 500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 중이라고 밝혔다. 이 제품은 냉장고에 탄산수 제조기를 결합한 게 특징이다. 탄산가스 실린더만 교체하면 언제나 냉장고에서 바로 탄산수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탄산수를 이용해 여러 가지 음료를 만들거나 미용에 사용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점에 착안한 제품이다. LG전자도 지난 8월 정수기와 양문형 냉장고를 결합한 디오스 정수기 냉장고를 출시한 바 있다.

LG전자는 난방 에어컨이라는 제품도 내놓았다. 여름에는 에어컨으로 사용하고 겨울에는 난방기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다. 보통 에어컨 신제품이 연초에 나오는데 반해 이 제품은 난방 제품이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하는 10월에 나왔다. 계절에 상관없이 구입해 1년 내내 쓰라는 의도다.

이밖에 오븐 수요가 늘면서 오븐과 전자레인지가 통합된 제품은 이미 보편화돼 있다.

가전제품의 기능이 복합화되는 것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가전제품이 점점 늘어나는 반면 거실과 주방 공간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제품 하나를 두는 게 여러 모로 유리하다.

불황 여파로 가전제품 구입을 망설이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소비를 신중하게 하다보니 같은 값이면 더 많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업계 인사는 “집을 늘리면서 이사를 갈 때 가전제품 교체 수요가 일어나기 마련인데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새로운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기능을 담은 가치 있는 제품이라는 점을 내세워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