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낙하산 인사 방치하고 공공기관 개혁하겠나
입력 2013-12-12 01:47
민영화와 인원감축 통한 구조조정방안 뺀 것도 유감
정부가 공공기관 부채 문제와 방만 경영 등을 개선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공공기관 부채 규모가 대외 신인도를 위협할 정도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공기관 686곳의 총부채는 566조원으로, 국가부채 443조원보다 훨씬 많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11일 빚이 많은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12곳과 과도한 복지혜택 논란을 빚고 있는 한국거래소 한국마사회 인천공항공사 등 20곳을 중점관리대상으로 선정했다. 기재부는 이들 기관이 내년까지 사업축소, 자산매각, 복지감축 등 개선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관장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경영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지방공기업 사장은 지자체장이 해임할 수 있도록 했다.
12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8년 206조7550억원에서 지난해 412조3418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 기관의 부채는 전체 공공기관 부채의 72.8%에 달하고 국가부채 규모에 육박할 만큼 심각하다. 12개 기관은 지난해 이자비용으로 하루 평균 214억원을 지출했다. 수익을 올려 빚을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목한 20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사례를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현대판 음서제인 고용세습을 자행했고, 별의별 명목으로 복리후생비를 챙겼다. 일례로 한국거래소는 직원 1인당 1448만원을 복리후생비로 지원했다. 이 비용의 66%인 982만원을 정부 예산으로 충당했다. 국민 혈세로 잇속을 챙긴 점에서 ‘세금 도둑’이나 진배없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연봉이 1713만원임을 감안할 때 한국거래소의 복리후생비 잔치가 얼마나 도를 지나쳤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번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분기별로 자구노력을 점검하고 실적이 부진하면 성과급을 깎도록 한 점이다. 성과급 상한제를 도입해 기관장 연봉을 현재보다 17.8∼26.4% 줄어들도록 한 것이다. 또 과거 5년간 부채 증가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분회계를 도입하고, 공공기관의 모든 사업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벌여 계속사업의 구조조정도 가능하게 했다.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역대 정권마다 개혁의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개혁이 성공했다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다. 실속만 챙기려는 강성 노조가 무기력한 경영진을 좌지우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기재부가 이번에 낙하산 인사 방지 대책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반복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낙하산 인사’를 의식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내려오는 낙하산 인사를 막지 못하는데, 자리에 안착한 기관장을 무슨 수로 내치겠다는 말인가. 낙하산 인사 관행을 뜯어고치지 않고 공공기관을 개혁하겠다는 정책은 탁상공론(卓上空論)이 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 민영화와 인원 감축을 통한 구조조정 방안이 빠진 것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