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추가 건설에 앞서 점검해야 할 일
입력 2013-12-12 01:37
오는 2035년까지 전체 전력 설비 중 원자력 발전 비중을 지금의 26% 선에서 29%로 늘린다는 정부의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안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앞으로 에너지 소비 규모가 해마다 평균 0.9%, 전력 평균 수요는 2.5% 정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정부안이 국민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겠느냐 여부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주최로 열린 공청회가 원전 반대 단체의 시위로 난장판이 되다시피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전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 이전에 선결돼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란 말이다. 복마전을 연상시키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다른 곳은 몰라도 한수원만은 반드시 개혁한 뒤 계획을 추진하기 바란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계획된 원전 11기를 제외하고도 최소 15기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우선 장소가 마땅치 않다. 강원도 삼척과 경북 영덕이 지난해 신규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됐지만 이미 반대투쟁위원회가 결성돼 주민투표를 발의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울산 울주군의 고리·신고리원전 단지에 추가로 건설할 경우 인구 밀집지역에 원전을 계속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대립에서 보듯 송전선로 확보도 쉽지 않은 일이며, 포화상태가 되는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 건립도 문제다. 어느 지자체가 잠재적 위험물인 핵연료 찌꺼기를 보관하겠다고 나서겠는가. 인센티브를 주면 넘어올 것이라고 쉽사리 예단했다가는 큰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많다. 정교한 플랜을 마련해 하나하나 추진해도 될까 말까한 어려운 문제다.
물론 정부는 송전선로 여유 부지에 우선적으로 발전소를 짓고, 에너지 세율 조정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들을 설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요금을 올리는 대신 다른 에너지원의 가격을 내려 전기 소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안전 관련 설비를 늘리다 보니 원전 건설비가 크게 올라가 원전이 과연 경제적이냐는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전 수출국인데다 에너지 다소비 국가인 우리로서는 마냥 이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다. 원전은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것이 뻔하지만 뛰어난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갖고 있다. 발전단가가 액화천연가스의 3분의 1,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 따라서 최우선적으로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계획을 추진해야 할 것임은 자명하다. 아울러 원전을 줄이려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이를 토대로 국민들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 몇 차례 공청회로 끝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