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재설] 이어도 문제와 해양과학기술

입력 2013-12-12 01:30


최근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아마 ‘이어도’와 ‘방공식별구역’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국이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이어도를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이어도를 포함하는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전 국민의 관심이 그야말로 이어도에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방공식별구역은 1951년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중공의 전투기 식별을 위해 미국이 설정했고, 일본은 1969년에 이어도까지 포함해 설정했다고 한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이어도를 포함한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위해 십여 차례 회담 요구를 하였으나 일본이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독도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키겠다고 으름장도 놓았다고 하니 쉽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중국과 일본에 비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존재이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태풍, 해양 및 기상예보에 필요한 관측자료 수집과 연구 수행을 위한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2003년에 해양강국의 기치를 걸고 준공했다. 지금에 이르러 반추해 보면 당시에 정부와 연구자들이 이어도 기지를 구축했다는 것은 탁월한 선견지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인들에게 ‘동해’보다 ‘일본해’가 더 익숙해진 것은 ‘일본해’ 표기로 발표된 학술 성과가 더 많았다는 데 기인한다. 이어도 기지는 지난 10년 동안 태풍 ‘매미’ 등 중요한 관측기능 수행은 물론 세계 주요 학술지에 ‘이어도(Ieodo)’라는 이름이 포함돼 있는 많은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세계에 이어도를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해왔다.

또한 대양으로 향하는 거점으로서 이어도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동 해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발언권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는 이어도 기지가 전 세계적인 해양 현안 연구에 대해 보다 많은 기여를 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어도 기지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해양관측 사이트이자 과학기지로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1년 이후 이어도 기지 전용선이 진수되고 기지를 출입하게 되면서 해경 헬기가 이어도 기지를 왕래하는 횟수가 줄었다고 한다. 이어도 기지 상공에 보다 자주 해경 헬기가 나타난다면 이어도 기지와 이어도 상공에 대한 우리나라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반영하는 것이며, 이는 연구 활성화 등 다양한 부가 기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어도 기지가 주변국으로부터 외교적으로 공격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 본연의 목적인 해양 정보 생산과 연구 활동을 충실히 수행해 해양과학기지로서의 순수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어도 기지는 멀리 떨어져 있어 운영과 연구 활동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위험요소도 존재한다. 따라서 연안 관측에 비해 많은 예산과 인원, 정부의 일관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며, 기지의 운영과 지속적인 연구개발(R&D) 수행을 위한 예산지원 또한 필수적이다. 현재 이어도 해역에 대한 전 국민적인 높은 관심에는 이어도 기지의 존재가 기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어도 기지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그리고 이는 외교안보적 노력만이 아닌 과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이어도 기지를 둘러싼 정세는 걱정스러운 일이나 관련 정부부처, 기관, 그리고 연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오늘과 같은 국민적 관심이 이어진다면 이어도는 자연스럽게 대한민국의 바다가 될 것이다.

심재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특성화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