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 수신료 4000원으로 인상 의결 안팎 “왜곡된 재원 구조 해소” vs “보도 공정성 우선”

입력 2013-12-11 03:35

KBS 이사회는 33년째 동결됐던 TV 수신료 인상안을 야당 측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10일 처리했다. KBS는 당초 월 4800원 인상안을 지난 7월 이사회에 제출했지만 이사회는 5개월간 심의 끝에 1500원 인상한 4000원으로 최종 의결했다.

이사회에 따르면 수신료가 4000원으로 인상되면 전체 재원 가운데 수신료 비중은 현재 37%에서 53%로 높아지고 전체의 40%에 이르는 광고비는 22%로 떨어진다.

1981년 2500원으로 수신료가 책정된 이후 KBS는 수차례 수신료 인상을 시도했다. 2007년 7월에도 수신료를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공정성 시비, 방만 경영, 서민경제 부담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2011년에는 수신료를 35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나 이 문제와 관련해 KBS 기자가 국회에 있는 민주당 대표실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시민단체와 야당이 반발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야당 측 이사들은 그간 논의에 앞서 보도 공정성, 제작 자율성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며 ‘편성·보도·제작 주요 국실장 직선을 위한 KBS 정관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안이 부결되자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야당 측 이규환 이사는 “국민의 동의를 얻고자 의견을 물었을 때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현재의 수신료조차 낼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일방적으로 수신료를 올리는 데 동참할 수 없었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수신료 인상이 현실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파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서울 여의도동 KBS 본관 앞에서 수신료 인상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80%가 넘는 국민들이 ‘정권의 나팔수’ 방송에 단 한푼도 올려줄 수 없다고 했는데도 이를 강행 처리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고 배신하는 것”이라며 “수신료 거부운동 등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발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에는 방송산업 규제 혁신, 방송 콘텐츠 시장 활성화, 스마트 미디어 산업 육성,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 등 종합계획 5대 전략이 포함됐다. 정부는 계획안에서 KBS가 시청률 경쟁에서 벗어나 공정·공익성을 갖춘 고품질 콘텐츠를 제공하도록 지원키 위해 방통위와 국회 승인 절차를 거친 뒤 수신료를 인상하겠다고 설명했다. 현행 수신료가 외국과 비교해 6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