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이어나갈 당찬 19살 3인방 “외국선수들 덩치 크지만 안 무서워”

입력 2013-12-11 01:33


당차고 기특한 10대들이다.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피봇 원선필(19·인천시체육회)은 “외국 선수들이 덩치가 크지만 하나도 안 무섭다. 더티플레이를 하면 똑같이 갚아 주겠다”고 했다. 센터백 이효진(19·경남개발공사)은 “국가대표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몬테네그로전에서 이길 수도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한 레프트 백 조수연(19·한체대)의 표정에선 강한 투지를 읽을 수 있었다.

최근 세르비아에서 개막한 제21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의 동갑내기 ‘젊은 피’ 3인방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 어려 경험이 부족한 탓에 경기에 나가는 시간은 적지만 할 일은 많다. 경기가 시작되면 목이 터져라 응원하고, 훈련 때면 언니들의 스파링 상대가 된다. 지금은 언니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는 과정이어서 돌아가면서 밥도 한다. 현지 음식은 입맛에 안 맞아 대표팀은 밥과 국, 몇 가지 밑반찬을 따로 마련한다.

‘재간둥이’ 이효진에게 그런 게 귀찮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다.

“조금도 귀찮지 않아요. 언니들이 밥을 먹고 힘을 내서 이겨야죠. 여자핸드볼이 좋은 성적을 내야 우리도 나중에 강한 팀에서 뛰지 않겠어요?” 이효진은 국가대표로 뽑혔다는 얘길 듣고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니 마음가짐이 새로워지더군요.”

‘새침데기’ 조수연도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이 강했다.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노는 걸 보면 참 부러웠어요. 방학도 없이 힘든 훈련을 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죠. 만일 그때 놀고 싶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더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겠죠.”

‘왈가닥’ 원선필은 몸싸움엔 자신이 있다고 했다. “코리아리그 때 효진이와 자주 부딪쳤는데, 그때마다 제가 효진이를 내동댕이쳐 버렸죠. 몸싸움에서 제가 항상 이겨요. 호호호∼” 그러자 이효진이 이렇게 받아쳤다. “선필이는 그러다가 2분간 퇴장당하니 결국엔 제가 이긴 셈이죠. 그런데 선필이가 코트로 돌아오면 심판이 안 볼 때 절 때려요. 정말 얄미워 죽겠다니까요.”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한 막내들은 “이런 큰 대회에 와 보니 보고 배우는 게 정말 많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경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몸싸움이 심하고, 외국 선수들이 힘으로 밀어붙이니 우린 정신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언니들이 외국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를 풀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운다는 것이다. 세대교체의 주역인 이들은 언니들을 보고 배우며 세르비아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베오그라드=글·사진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