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도 학생도 주먹질… 조폭 뺨치는 ‘폭력탑’
입력 2013-12-11 02:34
전북 익산에 있는 원광대의 한 교수와 전 학과 학생회장이 각각 제자와 후배들을 폭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원광대 군사학부 일부 학생들은 10일 “지난해 초부터 학부장을 맡은 A교수가 일부 학생이 결석하면 머리와 얼굴 등을 때리고 욕설을 하는 등 인권을 유린해 왔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교수의 지시를 어긴 학생들은 교수실로 불러 1∼2시간씩 ‘엎드려뻗쳐’와 같은 기합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학 측은 “학생들의 문제 제기를 바탕으로 해당 교수가 일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판단해 최근 학부장직을 박탈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학 한약학과 전 학생회장 B씨(4학년)는 ‘1학년생이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후배 60여명을 집합시켜 이중 6명을 때린 것으로 밝혀졌다.
‘원광대 한약학과 폭력사태의 올바른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폭력사태대책위)’에 따르면 B씨는 지난 10월 24일 낮 12시쯤 1, 2학년 후배들을 빈 강의실에 집합시켰다. 평소 후배들이 학과 행사에 잘 참여하지 않아 불만이었던 데다, 이날 새벽 1시쯤 같은 술집에서 만난 1학년 여학생 2명이 인사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B씨는 강의실에서 1, 2학년 대표인 C씨와 D씨의 얼굴을 손바닥 등으로 때렸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치아교정기를 낀 채로 맞아 입안이 터지면서 얼굴이 피범벅이 됐다. C씨는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처를 입었다.
뒤늦게 이를 안 학교 측은 자체조사만으로 지난 4일 B씨에게 ‘유기정학 1주일’의 징계를 내린 뒤 사건을 마무리했다. 대학 관계자는 “가해자가 피해학생들과 해당 학년 전체에 사과를 했고, 폭력사건 이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이 정도의 징계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폭력사태대책위는 “이번 징계수위는 당시 충격을 이겨내고 학교를 다니는 다수의 피해학생을 기만하는 솜방망이 처분”이라고 주장하고 피해학생 치유와 상담 실시, 폭력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익산=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