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만델라] 조문외교 이모저모…中, 리위안차오 부주석 추모연설 ‘친분 과시’
입력 2013-12-11 03:30
10일(현지시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추모행사는 각국 정상들에게 외교의 장이기도 하다. 이른바 조문(弔問) 외교다.
91개국 100여명의 전·현직 정상이 만델라 추모행사에 얼굴을 비치기 위해 남아공으로 향했다. 한국에선 정홍원 국무총리가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 등 조문사절단을 이끌고 참석했다.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추모행사에서 헌사를 한다면 금상첨화다. 6개국에서 기회를 잡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 가운데 첫 번째로 추도연설을 했다. 이어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리위안차오 중국 국가부주석, 히피케푸니에 포함바 나미비아 대통령, 프라납 무커지 인도 대통령,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 순으로 헌사했다.
정상급도 아닌데다 남아공과 멀찍이 떨어진 아시아국 가운데 대표로 선발된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눈에 띈다. 중국의 ‘만델라 선점’에는 티베트 견제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앞서 조전을 통해 “만델라는 생전 두 차례의 중국 방문으로 양국 우호관계를 추진했다”고 친분을 과시하며 “라오펑유(오랜 친구)를 잃었다”고 애도를 표시했다. 반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는 추모행사에 불참했다. 남아공 정부 입장에서도 중국과 경제협력이 중요하다. 남아공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과거에도 두 차례 달라이 라마의 입국을 거부했었다.
국제 무대에서 고립을 자초한 인물도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데일리는 이날 네타냐후 총리가 당초 남아공 정부에 방문 계획을 통보했다가 약 700만 셰켈(약 21억원)에 이르는 예상 경비를 듣고 방문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경비를 핑계댔지만 실은 만델라가 생전 줄곧 이스라엘을 비판한 점을 의식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델라가 “우리의 자유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자유 없이는 완성된 것이 아니다”고 한 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남아공 국민들 상당수도 이스라엘의 서안 점령이 흑백차별 당시 남아공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지난해 이스라엘 서안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이스라엘산’이라는 상표를 부착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