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개혁특위 깜짝 보이콧 ‘장군’… 민주당, 예결특위 첫 소위 정회 ‘멍군’
입력 2013-12-11 03:29
국가정보원개혁특위가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 장하나 의원 발언 여파로 10일 한때 파행됐다. 여야는 ‘법안처리 제로’라는 오명을 받아온 이번 정기국회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무려 38개 안건을 ‘벼락치기’로 통과시켰다.
새누리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도 선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한 양 최고위원의 발언을 문제삼아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개혁특위 회의 일정을 보이콧했다. 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특위를 가동하기에는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일단 연기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양승조·장하나 의원 때문이냐’는 질문에 “물론 그 문제 때문”이라고 답한 뒤 “여야 간 합리적 합의를 이룰 수 없는 상황에서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아 새로운 논쟁거리가 생기는 게 부담스럽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개혁특위 보이콧은 특위 위원들도 모르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은 회의가 취소된 줄 모르고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한희원 동국대 법대 교수를 초청해 국정원 개혁 방향 등을 논의했다. 개혁특위 위원장인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개혁특위 상황이 국회 예산이나 입법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여당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개혁특위 파행의 불똥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튀었다. 민주당 의원들이 개혁특위 무기한 연기에 항의하면서 예결특위 첫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오전 10시40분 개회한 지 40여분 만에 정회됐다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속개됐다.
대치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분위기는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개혁특위와 예결특위를 오후부터 정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풀렸다. 본회의도 예정대로 진행됐다. 여야는 95분 만에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수직 증축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및 주택 취득세를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 등 34개 법안과 연말연시 국군장병 위문금 갹출 등 총 38개 안건을 처리했다. 2분30초당 1건 꼴이다. 임시국회는 1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열린다.
국회 의사일정은 정상화됐지만 막말 논란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초선 의원들 명의로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의 발언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소속 의원 155명 전원 명의로 두 의원의 제명을 요구하는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의 도 넘은 공세가 부메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은 발언 일부를 침소봉대하고 뒤틀어서 전혀 엉뚱한 뜻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사과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