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벌한 공포정치] “설설 끓는 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주민들 동원 여론몰이
입력 2013-12-11 01:32
북한에서 공포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김일성 주석 및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 출범 직후 권력 주변부에 휘몰아쳤던 ‘피의 숙청’과 공포 분위기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체제 2년을 맞아 재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절대권력에 맹종하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이른바 ‘공화국법’을 배반한 것으로 지목된 고위 인사들의 체포, 처형 장면도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혹시 일어날지 모를 북한 주민들의 동요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전형적인 조치다.
◇“전기로에 처넣고 싶다”···살벌한 여론몰이=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연일 여론 선동에 앞장서고 있다. 신문은 9일자에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출당·제명을 결정한 정치국 확대회의 소식을 상세히 전한 데 이어 10일자에는 4면에 일반 주민으로 비판자들의 범위를 확대했다. 당 기관지가 주민들까지 동원해 살벌한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신문엔 김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 맹세는 물론 장 부위원장과 측근들을 향한 섬뜩한 표현이 대대적으로 실렸다. 기업소와 공장, 협동농장, 대학 등에 소속된 10여명은 신문에서 장 부위원장이 김 제1위원장의 ‘영도’에 도전했다며 가시 돋친 비난을 쏟아냈다. “장성택 따위가 하늘의 해(김 제1위원장)를 가려보자고 헛손질했다” “장성택과 그 일당을 설설 끓는 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전기로 속에 몽땅 처넣고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리겠다” 등의 표현이 적나라하게 게재됐다.
또 장 부위원장과 측근들을 ‘미꾸라지’ ‘쥐새끼 무리’ ‘짐승’ ‘인간 오작품(잘못 만든 제품)’ ‘인간 추물’ 등 다양한 표현으로 비하했다. 북한은 앞으로 각종 기관 및 단체를 중심으로 장 부위원장 비난에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체포 장면 모든 주민 시청 강권=장 부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끌려나가는 장면은 회의 하루 뒤인 9일 북한 전 지역 주민들에게 낱낱이 공개됐다. 북한 지도부는 아예 모든 주민에게 관련 장면을 방영한 오후 3시에 맞춰 TV를 시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북한방송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당 중앙의 지시로 전 인민이 오후 3시부터 TV 앞에 앉아 확대회의 내용을 보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방송은 또 북한 인민보안부가 시장에 나와 있는 상인, 주민들에게도 TV 방송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가라고 종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북한 당국은 절전을 이유로 낮시간에는 공급하지 않던 전기도 장 부위원장 체포 영상을 보게 하기 위해 전국에 송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 권력의 친인척이라도 배신자로 낙인찍히면 가차 없이 처벌한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다.
평양에선 이와 함께 장 부위원장과 관련한 여러 소문도 나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축적한 부(富)는 조선(북한) 안에 또 다른 조선을 만들 수 있는 큰돈이며, 중국과 협력해 김 제1위원장을 제거하고 임시정부를 세우려 했다는 것 등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