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살벌한 공포정치] 종파 행위로 낙인 찍힌 그들의 운명은?

입력 2013-12-11 01:33

정부는 이번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 실각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이후 최대 숙청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장 부위원장을 숙청하며 가장 먼저 ‘반당·반혁명적 종파(宗派) 행위’라는 죄명을 내세웠다. 종파란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에 맞서 특정 파벌을 형성하는 세력을 말한다. 종파 행위는 최고 범죄로 간주되는 만큼 추후 최대 3만명 이상의 장 부위원장 측근 및 인맥 숙청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해 종파 행위로 장 부위원장을 실각시킨 것은 이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피의 숙청’ 후폭풍의 중심에는 여럿이 서 있다. 일단 당 주요 간부 중에서는 소위 ‘장성택 라인’이라고 불리는 지재룡 주중대사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노두철 내각 부총리의 거취가 주목된다. 현재까지 신변 이상이 있다는 관측은 없지만 언제든 제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다만 측근이었던 박봉주 내각 총리는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장 부위원장을 비판한 만큼 숙청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10일 “장 부위원장은 최소한 정치범 수용소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측근들을 정리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그동안 최고 존엄에 도전하는 인사를 처형했을 뿐 아니라 그 측근 및 인맥까지도 대대적으로 숙청해 왔다. 김 위원장 시절 최대 숙청 사건이었던 1997년 ‘심화조 사건’ 때에는 서관희 전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가 6·25전쟁 당시 포섭된 미국 간첩으로 노동당의 농업 방침을 방해했다는 혐의로 공개처형됐고, 3만여명의 측근과 가족들이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졌다.

같은 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남측으로 망명했을 때에도 황 전 비서와 연루돼 숙청된 인물이 3000여명이나 된 것으로 알려졌다. 40년 넘게 권력의 핵심부에 머물렀던 장 부위원장 위상으로 볼 때 북한에선 심화조 사건 때보다 더 많은 인원이 숙청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