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2년-北 어디로 가나] (하) 여전히 안갯속인 남북관계 향방은
입력 2013-12-11 01:34
張의 빈자리 강경파 득세땐 남북 더 꼬여 박봉주 건재… 경제발전 위해 손 내밀수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으로 남북 관계는 더욱 혼미해졌다. 김정은 정권 집권 3년차를 앞두고 대표적 온건파인 장 부위원장의 숙청으로 군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가 득세해 가뜩이나 어려운 남북 관계가 더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반면 경제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여전히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발전을 위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성택 숙청으로 남북관계도 ‘시계 제로’=김정은 정권 출범 2년차에 접어든 올해 남북 관계는 시작부터 꼬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지난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어 남북 관계 최후의 보루였던 개성공단마저 파행을 겪게 되며 더욱 악화됐다. 6∼7월 북한의 개성공단 정상화 회담 제의,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방중 등 잠깐 동안의 해빙기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경색 정국이었다. 북한은 최근 들어선 각종 기구와 매체를 총동원해 남한 내 반정부 선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 ‘장성택 숙청’이라는 메가톤급 이슈가 터졌다. 북한의 실질적 2인자였던 장 부위원장은 남북 대화와 대외 개방을 중시하는 북한의 대표적 온건파였다. 개성공단 재가동 및 북한의 대외 관계 완화도 장 부위원장이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의 숙청이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9일 장 부위원장 해임·출당 소식을 전하며 “당의 방침을 공공연히 뒤집어엎던 나머지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감행했다”고 언급했다. 올 상반기 개성공단 폐쇄 과정이나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등에 장 부위원장이 반대 입장에 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장 부위원장의 퇴진으로 최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군부의 충성 경쟁으로 대남 정책이 지금보다 더 강경한 노선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의미다.
반면 일각에선 최근 김 제1위원장이 외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1인 지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 오히려 개혁 조치에 속도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상황에 따라서는 남북 관계에 훨씬 적극적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우리 측의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 조치에 응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장 11일부터 개성공단 전자출입체계(RFID) 도입 공사가 시작된다.
◇북핵 문제로 더 꼬일 수도=대외강경파들이 득세할 경우 북핵 문제 해결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대표적 ‘중국통’인 장 부위원장마저 실각하면서 북한의 유일한 외교적 통로인 중국과의 대화 단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핵 포기를 설득하고 있는 중국과 대화가 되지 않고, 피의 숙청으로 내부가 극도로 불안해질 경우 시선을 밖으로 돌리기 위해 대남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내부의 불안정성이 군사적 도발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면서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