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아키히토 日王 중국 방문때 中·日 “위안부 거론말자” 합의

입력 2013-12-11 01:38

중국과 일본이 중·일 국교정상화 20주년을 맞은 1992년 중국을 방문하는 아키히토 일왕의 방문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10일 아사히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92년 2월 19일자 비밀문서 등에 따르면 외무성 중국담당 과장과 주일 중국 대사관 관계자는 협의과정에서 “위안부 문제가 한국에서 중국으로 번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중요 인사의 방중을 앞두고 영향을 미치지 않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중국 측도 “사안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중국민의 감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신중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양국의 입장 정리는 중국인 위안부 존재를 보여주는 자료가 옛 방위청에서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온 뒤 이뤄졌다. 신문은 또 그해 9월 25일 주일 캐나다 공사가 외무성 아시아국 심의관에게 “일왕의 방중 기간에 위안부 문제가 거론되느냐”고 묻자 “우리는 거론할 의향이 없다. 중국도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그해 10월 중국을 방문했다.

신문은 일왕 방문에 위안부 문제가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당시 미야자와 기이치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을 지낸 이시하라 노부오씨는 “부정적인 얘기가 나오면 내각이 설 자리가 없어지므로 외무성을 통해 몇 번이나 당부했다”고 소개했다. 일본은 93년 7월 30일에도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 증언청취와 관련,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의 일본 대사관에 외무상이 “관심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는 것을 피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전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