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정보기관, 온라인 게임도 사찰
입력 2013-12-11 01:37
미국과 영국의 정보기관들이 온라인 게임도 사찰해 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 세계 문인들이 미 국가안보국(NSA) 등이 주도한 광범위한 도·감청 행위를 비판하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규범을 담은 권리장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청원하고 나섰다.
가디언은 전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전달한 문건을 토대로 NSA와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X박스 라이브’ ‘세컨드 라이프’ 등의 온라인 게임을 사찰해 왔다고 전했다.
이들 기관은 게임 정보를 분석해 사용자들의 직업을 분류하고 해킹을 통해 정보를 빼내려고 시도했다. 2008년 작성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에서 NSA는 사용자들이 익명으로 통신을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은 테러리스트들의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다며 사찰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 온라인 게임을 이용해 통신을 한 테러리스트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약 81개국 560여명으로 구성된 단체 ‘대중(mass) 감시에 반대하는 작가들’은 “정부와 기업은 시민의 사생활 권리를 존중하라”고 밝혔다.
공개입장 발표에는 오르한 파묵(터키), 존 맥스웰 쿠체(남아공), 엘프리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 귄터 그라스(폴란드),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 5명과 움베르토 에코(이탈리아) 등 유명 작가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런 입장을 담은 공개서한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 보낼 계획이다.
작가들은 “모든 시민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수집·저장·처리되는지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유엔이 그런 권한 등을 규정하는 ‘국제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들 것을 촉구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도 NSA의 대규모 정보수집 논란과 관련해 인터넷 신뢰 회복을 위한 전면적인 개혁 조치를 촉구했다. 구글을 비롯한 IT 기업 8개사는 이날 ‘정부 감시활동 개혁 그룹’을 결성하고 미국 정부에 대해 논란에 휘말린 감청활동 체계를 개혁하라고 주문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