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철도와 도로
입력 2013-12-11 01:45
수송수단으로서 철도와 도로를 비교할 때 유난히 3이라는 숫자가 많이 나온다. 좋은 지표들에서는 철도가 도로보다 3배 더 높고, 나쁜 것에서는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말이다. 대표적으로 화물을 철도로 운송하면 연료비가 장거리 운송 트럭에 비해 3분의 1밖에 안 든다. 1t의 화물을 1㎞ 수송하는 데 드는 단위수송비용을 보면 도로 교통수단 평균이 664원인 반면 철도는 66원으로 10분의 1이다.
철도는 에너지 효율에서는 물론 환경성과 안전성에서도 도로를 훨씬 앞선다. 국내 교통수단별 비교 연구를 보면 여객 1인당 대기오염 비용은 도로가 15.2원(㎞당)인 반면 철도는 5.5원이다. 1인당 온실가스 비용도 8.0원과 3.2원으로 약 2.5배 차이가 난다. 화물의 경우 단위(1t/㎞)당 대기오염 비용은 도로 46.1원, 철도 10.0원이고 온실가스 비용은 22.0원, 1.8원으로 각각 나타났다. 교통수단별 사고 추이를 보면 도로와 해상의 경우 10만명당 사고 발생 건수는 평균 2.6건과 6.69건으로 철도의 0.7건에 비해 매우 높다.
그런데도 지난 반세기 동안 철도는 홀대되기 일쑤였다. 1970년대 자동차산업의 급성장과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신호탄으로 도로교통이 확대되면서 철도는 푸대접을 감내해야 했다. 70년대 초반 4만㎞였던 국내 도로 연장은 이제 10만㎞를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철도는 고작 200㎞ 늘어난 3400㎞에 불과하다.
KTX의 등장으로 철도 르네상스가 왔다거나, 적어도 앞으로 그래야 한다는 논의가 무성하다. 그러나 수익성이 좋은 KTX가 대세가 되면서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몰락하고 있다. 이들은 한때 고급 교통수단이었으나 지금은 배차간격이 늘어나고 완행으로 전락함에 따라 바쁘지 않은 여행객과 산행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식당칸이 없어졌고, 차내 음식과 서비스의 질도 나빠졌다. 기차여행의 낭만도 사라져간다. 전라선의 곡성군 압록역부터 지리산 초입인 구례구역까지 구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창 풍경을 자랑하는 곳인데, KTX 안에서는 풍광이 그냥 추상화로 스쳐지나가 버린다.
철도노조가 9일 파업에 들어가면서 KTX 신설 노선의 민영화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영화든 아니든 철도산업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수익성 없는 무궁화호가 사라져가듯 적자노선과 시골 간이역도 없어질 것이다. 열차는 인구가 적은 시골에까지 들어가 기댈 곳 없는 노인들의 발이 돼야 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