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용신] 1인 가구, 싱글라이프

입력 2013-12-11 01:41


며칠 전 안전행정부의 주민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읍·면·동 중에서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1동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곳의 1인 가구 수가 전체의 64%를 차지했다고 한다. 2013년 현재 전국에서 약 25%가 1인 가구인 것을 보면 꽤 높다. 네 가구당 한 가구가 혼자 사는 가구인 시대라는 것을 나는 지난여름 방송을 통해서 실감했다.

그 날은 복날이었고 회사에서 커다란 복 수박을 사와 직원들과 나눠먹은 덕분에 올여름 수박 맛을 처음 보았다는 청취자 사연을 접했다. 혼자 사는 분이었다. 수박 한 통을 다 먹지 못하니 통째로 살 엄두가 안 나고 그러다보니 수박 한 조각 맛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연이 소개되고 나서 수박 먹기 어려운 1인 가구원들의 공감과 고충사연이 줄이어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 혼자 사냐고 물으면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혼자 살기를 개인화된 삶을 즐기는 것으로만 또는 고독사의 위험군으로만 묘사하든지 아니면 혼자 사는 사람들에 대해 뭔가 성격적인 문제가 있거나 사회에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사람 취급을 하면서 양분된 평가를 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의 싱글라이프를 생각해 본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저녁식사를 담당하셨던 이분은 비혼의 1인 가구다. 지역 아동센터의 일을 그만두시고도 지금까지 그곳 아이들 중 다섯 명을 자식처럼 뒷바라지하고 계신다.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역할을 하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이라 아이들 진학과 진로를 챙기면서 자립을 도와주신다. 이분을 보니, 결혼한 사람들이 자기 가족 껴안고 동동거리느라 세상의 한 귀퉁이를 쓰다듬을 여력이 없을 때, 오히려 이 땅의 비혼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 잡지에서 본 글에는 마흔 살 생일을 맞은 한 싱글 여성이 호기롭게 지인들을 초대한 뒤 ‘앞으로도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그간 내게 축의금을 받은 사람들은 다 오라’며 카페를 빌려 파티를 열었다고 했다. 결혼을 하지 않아도 가까운 사람들에게 성대하게 축하를 받는 이벤트를 연 것이다. 이날 하객들에게 받은 축의금과 경매 수익금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단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라는 책에 보면 스웨덴 사람들은 혼자 사는 사람들을 사회적 접촉이 결여된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적 접촉이 가족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을 뿐인 사람들로 본단다. 이 말을 되새겨본다.

김용신(CBS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