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진싼팡이 왕조때 저지르던 일을

입력 2013-12-11 01:41


“한반도 통일은 중국에 도움이 된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최근 중국 인터넷 포털사이트 왕이(網易)를 통해 실시한 “당신의 눈에 비친 한국은?”이라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반응이다. “한반도 통일은 중국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 네티즌 8530명 가운데 절반(50.1%)이 이렇게 밝혔다.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 응답자는 17.4%에 불과했다.

한·중 관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61.3%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빠질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5.6%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전반적인 인상도 ‘좋다’가 과반수(55.6%)를 차지해 ‘보통’(24.4%)이나 ‘좀 싫어한다’(10.4%)를 훨씬 능가했다.

근년 들어 중국 내 학계 일부에서도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이롭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티즌들이 이러한 생각을 드러낸 것은 눈길을 끈다. “진싼팡이 1000년 전 봉건왕조 당나라 때나 볼 수 있었던 일을 저지르고 있군.”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숙청한 사실이 공식 확인된 뒤인 9일부터 신랑(新浪) 텅쉰(騰訊) 등 중국 웨이보(微搏)에는 이러한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진싼팡은 ‘김씨 집안 셋째 뚱뚱이’라는 뜻으로 김정은을 가리킨다. “진싼팡은 ‘진다팡’이나 ‘진얼팡’보다 훨씬 잔인하고 나쁜 인물”이라고 지적한 네티즌도 있다. 김정은을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로 묘사한 그림을 웨이보에 띄우기도 했다. 진다팡은 김일성 주석, 진얼팡은 ‘두 번째 뚱뚱이’ 김정일 국방위 위원장에게 각각 붙여진 별명이다.

중국 네티즌들이 한국에는 우호적이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이러한 분위기는 김정일 위원장이 2011년 5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가시화되더니 지난 2월 북한 핵 실험 뒤에는 더욱 뚜렷해졌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도 못하면서 중국에 골칫거리만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에 변고라도 생겨 동북 접경지역에 혼란이 빚어지면 결국 중국 부담이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중국 외교부 훙레이(洪磊) 대변인이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장성택 실각을 놓고 “중국은 전통적인 중조(中朝·북중) 우호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중국으로선 북한의 안정이 최우선적인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중국의 현 5세대 지도부가 “전면적인 개혁 심화를 통해 2020년까지 샤오캉(小康·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사회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필수 요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지난주 서울에서 ‘베팅’ 발언을 한 뒤 그 진의가 뭐였건 한국이 처한 상황이 더욱 부각됐다. 미·중 사이에서 베팅을 고민해야 하는 나라로. 하지만 상황을 뒤집어 보자. 미국은 한국이 미국과 일본 쪽에 확실하게 줄을 서서 한·미·일 3각 동맹이 강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한국을 우호적인 세력으로 잡아두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양쪽 모두 한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남북한 간 긴장이 완화될수록 미·중·일과의 관계에 있어서 한국의 발언권이 훨씬 커진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국에 대해서는 통일된 한반도가 중국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구체적인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