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간 여론조사에 나타난 한국 사회 위기
입력 2013-12-11 01:47
내가 변해야 나라가 바뀐다는 신념으로 재도약하자
국민일보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착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할 분야로 응답자의 56.0%가 정치 분야를 꼽았다. 경제 분야는 26.2%, 사회 분야는 15.3%였다. 예상대로 해 지는 줄 모르고 편을 갈라 싸우는 우리 정치가 개혁 1호라는 데 이론이 없었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이틀간 조사한 결과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매긴 점수는 100점 만점에 38.3점에 불과해 충격을 줬다. 후한 점수가 나올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낮아도 너무 낮았다. 경제 분야도 50점이 채 안 되는 49.9점에 그쳤다. 그나마 사회분야가 52.5점으로 셋 가운데 가장 나았지만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입만 열면 선진국 문턱에 다가왔다고 큰소리치는 정부를 비웃듯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정치인과 정치 분야가 가장 먼저 변해야 할 대상이긴 하지만 그들을 뽑은 사람이 바로 유권자인 국민이란 점을 감안하면 책임을 전적으로 떠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치체제를 갖는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불합리한 현상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는 것도 바람직스럽지 않다. 좋은 정치인, 훌륭한 정치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도 착한 정치를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대상으로 유권자를 지칭한 숫자가 전체 응답자의 20.8%로 가장 높았다. 대통령을 지목한 사람은 19.3%였다.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의 경우 5년간 권력을 오로지하는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조사결과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아무리 대통령이 노력한다 해도 야당과 국민의 협조 없이 혼자 정치선진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나라 안팎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전례 없는 상황 아래 불안과 좌절에 가슴 졸이고 있다. 세계 최강국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영토확장 야욕에 정신이 없는 중국과 일본의 힘겨루기 속에 곱사등이가 될 지경이다. 북한 핵 위협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세습한 권력의 공고화를 위해 숙청이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남북관계의 조속한 회복도 기대난망이다. 한마디로 앞으로 나가자니 천길낭떠러지요, 뒤로 물러서자니 첩첩산중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형국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면한 위기 국면이 녹록지 않다고 해도 결코 극복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것은 아니다. 나라 곳간이 텅텅 비었던 외환위기도 슬기롭게 벗어난 우리 국민 아니던가. 세계 여러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딛고 일어서 우리를 도와줬던 국가에 보은하는 지구상 유일한 국가라는 자부심도 있지 않은가. 정치인이나 정부를 탓하기 전 우리 국민 개개인이 남을 배려하고 소통하고 화합할 때 한국 사회의 미래는 활짝 꽃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