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노림수 정확히 읽어야 대책 생긴다
입력 2013-12-11 01:27
북한이 대규모 숙청을 예고하면서 북한 정세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숙청작업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개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그의 추종세력까지 겨누고 있어 그 끝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져 돌발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이 3대 세습 확립에 적잖은 역할을 한 장성택을 숙청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하나 열거했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엔 석연찮은 부분이 많다. 김정은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것은 분명해 보이나 북의 발표대로 그가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저해하는 반당·반혁명적 종파행위를 감행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우리 정보 당국의 보다 치밀하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 그래야 우리의 대응에 빈틈이 생기지 않는다.
북한의 체제불안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바람직하지 않다. 그 돌파구를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찾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국무회의에서 “북한은 현재 김정은 권력 강화를 위해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으로 대표되는 군부 강경파의 득세는 남북관계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장성택 실각으로 권력의 중심이 당에서 군으로 이동하면서 북한의 대남 강경 드라이브가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천신만고 끝에 재가동에 들어간 개성공단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북한이 외부로 향한 문을 더 걸어잠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당장 장성택이 주도했던 나선특구와 황금평특구 개발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두 특구 개발이 무산될 경우 북한을 변화시키고 개방으로 이끌 효율적인 수단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 단기적으론 김정은으로의 권력 집중 현상이 심화되겠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모든 급변 상황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시스템을 갖출 필요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