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꿈꾼다면 ‘헤세드 정신’으로 돌아가라… ‘붙들어주심’
입력 2013-12-11 02:33
붙들어주심/이찬수 지음/규장
“사실 며칠 동안 큰 갈등과 고민을 했습니다. 목사님, 혹시 ‘부산국제영화제’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영화인이라면 너나없이 참석하길 원하고 동경하는 세계적인 큰 행사입니다. 더군다나 일반 들러리 게스트가 아니고 자기 작품을 가지고 참여하는 VIP로 초대가 되면 특급호텔에, 의전에, 파티에 그야말로 폼 나고 끝내주는 자리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다들 자기 작품을 가지고 참석하려고 애를 씁니다….”
한 유명 영화감독이 교회 특별새벽기도회(특새)와 겹친 영화제 VIP 초대에 응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며 저자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다. 그 감독은 교회에 다닌 지 얼마 안 된 초신자다. 일반적으로 그게 고민할 문제일까. ‘묵은 신자’라도 그런 자리에 당연히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 초신자 감독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특새를 선택했습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거니까요.”(155쪽)
이것이 ‘붙들어주심’의 은혜다. 예수님을 믿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그의 인생에 개입하셔서 일하시니 분명한 증거를 마음에 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우선순위를 바꾸는 삶을 택했다. 붙들어주심의 은혜를 누리는 삶은 그리 힘든 게 아니다. 주님께 돌아서면 된다.
분당우리교회 담임인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를 붙드시고 결코 놓지 않으시는 ‘헤세드의 하나님’을 전한다. ‘헤세드’는 하나님의 속성, 그분의 성품을 나타내는 단어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의 마음,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 곧 ‘헤세드’다.
이 책의 바탕은 성경의 룻기다. “사사들이 치리하던 때에 그 땅에 흉년이 드니라.”(룻 1:1) 흉년이라는 먹구름이 엘리멜렉과 그 가정에 몰려왔다. 남편이자 아버지였던 가장 엘리멜렉은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하나님이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이곳에 흉년이 든 이유는 뭘까”를 먼저 고민하기보다 그는 당장의 흉년을 피하기 위해 모압이라는 대안을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하지 않은 이런 판단 착오로 이 가정은 몰락의 길을 가게 된다. 아버지가 죽고, 두 아들이 죽고. 룻기는 이런 비극으로 시작된다. 여기서 살펴볼 게 있다.
“살다 보면 도저히 흉년이 일어나면 안 되는 곳에 흉년이 찾아오는 것을 보게 된다. ‘아니, 저렇게 예수를 잘 믿는 가정에 저런 아픔이 찾아올 수 있을까’, ‘예수를 잘 믿는 저 사람에게 어떻게 저런 인생의 흉년이 찾아올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으로 가득한 것이 인생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인생의 흉년이 몰아닥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21쪽)
하나님은 그 비참한 실패의 자리에서, 실패한 그 사람들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엘리멜렉의 아내 나오미, 며느리인 룻을 통해 하나님은 회복의 길을 열어주셨다. “우리가 새로운 변화와 영적 부흥을 꿈꾼다면, 다시 복음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정신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나오미가 가졌던 세 가지 영적 요소를 회복해야 한다. 민감함의 회복, 죄에 대한 자각의 회복, 그 자각에 대한 발 빠른 결단이 있어야 한다. 또한 룻이 보여주었던 헤세드의 정신, 연약한 이웃에 대한 긍휼의 마음을 회복해야 한다.”(75쪽)
나오미와 룻은 회복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계산과 스케줄에 의해 움직이지 않았다. 저자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붙잡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야 붙들어주시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삶의 궤도를 곧 회복할 수 있다.
이 책은 지난 10월 초 룻기를 주제로 분당우리교회에서 10일간 특새를 열면서 성도들과 나눈 은혜의 감격을 엮은 것이다. 인생 궤도를 수정해 목회자로 서기까지의 저자 간증도 들어 있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성도들이 전하는 이야기는 나의 간증 같아 공감이 된다. 지금 절망에 빠져 너무 힘든가. 오히려 이 순간이 당신을 붙드시고 놓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잊지 말라.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