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열량과 영양

입력 2013-12-11 01:35


열량은 높은데 영양은 낮고 많이 먹으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 있습니다. 반면 열량은 낮아도 영양이 좋아 유익한 음식도 있습니다. 우리사회는 점차 이 열량만 높고 영양은 좋지 않은 햄버거 등의 식품을 학교에서 축출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몸집은 커졌지만 체력과 정신력은 약해졌을 뿐 아니라 성인병 증상까지 나타나는 청소년들의 건강을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비단 먹는 음식만이 아닙니다. 청소년들에게 정신적으로도 영양이 좋은 문화와 가치관이 공급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소비하는 문화상품은 매우 가벼운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청소년층이 즐겨 시청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열량만 높은 음식처럼 웃고 즐기기는 좋을지 몰라도 그들의 가치관을 건강하게 가꿔주고 비전을 열어주게 하는 데는 함량미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수요를 좇아 공급이 결정되기도 하지만 공격적인 현대 마케팅에서는 공급으로 수요를 창출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영양가 높은 문화적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급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인문학조차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퇴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인성과 지성의 기본인 인문학은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가는 하부구조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의 논리로만 계산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량만 높고 영양이 좋지 않은 영적 상품의 공급과 소비가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열량만 높은 온갖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동안 필수 영양소와 같은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특히 영적으로 어린아이 같은 상태의 성도들이 열량만 높은 음식처럼 자극적인 신앙행위에만 몰두하면 건강한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아 위험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오래 했더라도 감정적인 자극이나 입맛에만 좋은 설교, 다양한 프로그램 등에 익숙해지면서 영적으로는 ‘어른아이’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앙의 이력만 어른이지 그에 따른 성장이 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감각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과만 좇는 것은 장기적으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키거나 건전한 신앙생활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한국 교회 안에는 그런 형태의 신앙생활을 즐기는 교인들이 꽤 많아 보입니다.

또 그런 영적 상품의 공급으로 영적 시장에는 질 낮은 짝퉁 상품들이 곳곳에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건강한 성장보다 외형 키우기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온갖 핍박 가운데서도 교회가 지금까지 버텨낸 것은 비록 몸집은 작아도 건강했기 때문입니다. 말씀 안에서 추출한 건전한 영양 공급으로, 병들고 체력이 약해진 교회를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