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종교인과 신앙인 (68)] 안타까운 기독교 현주소
입력 2013-12-10 13:21
요즘 기독교의 사회적인 평판이, 전도를 하기엔 오히려 큰 거침돌이 된다고 한다. 교회나 목사님 이야기를 하면 거부반응부터 나오는 것이 요즘 한국 사회 분위기다. 대한민국이 가난했던 시절, 교회가 존경 받던 시대에는 교회의 새벽 종소리가 국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새벽에 종소리가 단잠을 깨워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시대가 있었다.
목회자들의 헌신으로 인해 천막으로 만들었던 교회가 벽돌로 지은 조그만 교회로 변하는 모습을 모든 국민은 따뜻한 눈길로 보아주었다. 하지만 한때 천만 명까지 늘었던 교인의 수가 근래에는 점점 줄어들어 700만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왔다. 그리고 지금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일까.
한국에서 기독교는 서양 의학을 들여오고 병원을 설립함으로써 한국인들의 질병 치료에 기초를 놓았다. 세브란스 병원, 이화여대 병원, 예수 병원 등이 한국의 현대 의학에 디딤돌이 되었다. 또한, 배재 학당, 이화 학당, 연세대학교 등은 한국 교육에 디딤돌이 되어 수많은 교육 기관을 세웠고 한국의 정신문화를 이루었다. 삶에 지친 한국인들의 정신적인 디딤돌이 되었던 교회들은 이승만, 김구, 안창호 등 유명한 정치가를 배출하여 대한민국의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었으며 이는 곧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가 되었다.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기독교의 역할은 아주 절대적이었다. 조만식 선생의 국채 보상 운동은 일본으로부터 독립 경제를 원했던 모든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웠으며, 금연 운동과 절주 운동의 효시가 되었다. 지금도 한국 기독교의 금주와 금연은, 기독교의 근본 교리와는 조금 다르지만 성경 이상의 전통이 되고 있다.
이런 기독교가 지금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기독교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이 해군 기지 반대 데모에 앞장선 목사들, 북한을 찬양하는 방북 목사들, 노동 운동에 앞장선 목사들이라고 한다. 좋게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이라 불리지만, 한편으로는 대형 교회의 세습, 헌금의 유용, 목회자의 여성 문제가 신문에 날 때마다 교인들은 부끄러워 아무런 얘기를 하지 못했다. ‘이것이 교회의 본질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천주교 신부님의 친북적인 발언으로 인해 천주교마저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천주교 교우는 ‘그런 신부의 수는 전체 신부의 10%도 되지 않는데 왜 문제 삼느냐’고 항의한다. ‘요즘은 성도들이 성직자를 걱정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종교의 비대와 타락, 이것은 중세 시대에 루터가 이룬 종교 개혁에서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이유는 성경의 해석상의 문제에 있다. 신학의 큰 줄기는 하나님이 기준이 되는 성경 해석과 인간이 기준이 되는 신학으로 나뉜다. 인본주의 신학 중에서 민중이 기준이 되는 민중 신학에는 투쟁적이고 사회적인 행동이 많다.
이번에 천주교 대주교님이 ‘모든 문제는 복음적인 해결 방안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강론에서 제시한 것은 정의 구현 사제단과는 다른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보수 교단은 성경 중심의 해결 방안을 내는데, 자유 신학 계열의 목회자는 민중 우선의 행동 방향으로 가고 있다. 신학의 차이는 결국 이념의 차이를 가져와 그 정치적인 방향을 달리 하고 있다. 지나친 사회 참여는 종교인의 정치 참여를 극대화하고 본래 종교의 모습에서는 점점 이탈하고 있다는 주장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이 모든 것이 성경을 해석하는 관점에서 오는 것이다. 하나님 중심의 신학과 사람의 이성으로 이해되는 것만 믿는 신학은 성경을 부르는 명칭부터 다르다. 그들은 성경이라고 하지 않고 성서라고 한다. 성경으로 보는 종교인과 성서라고 보는 종교인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종교 내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시끄러운 것이 사회에 그대로 비치는 것이다. 또한 처음에는 하나님 중심이 되어 열심히 성직에 전념하다가 큰 성공을 얻으면 성직이 직업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성직자의 타락과 더불어 종교의 사회 격리 현상이 일어난다.
‘하나님, 약한 우리를 도와주소서. 하나님 뜻대로 살다가 변질되지 않고 영원한 세계에서 하나님을 뵐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해 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