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기관으로 개편해야
입력 2013-12-10 01:46
원하는 책을 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건 시각장애 대학생들만의 고민은 아니다. 정부에 등록된 시각장애인은 어린이와 성인을 포함해 모두 25만2564명이다. 이들은 전자점자파일, 디지털음성도서(데이지), 큰활자도서 등 일반 책을 시각장애인용으로 번안·제작한 ‘대체 자료’로 독서를 한다.
특히 국립장애인도서관이 제작한 아동·청소년 도서는 2011년 전체 대체 자료 3244권 중 522권, 2012년 3355권 중 867권에 불과하다. 시각장애인들 사이에선 장애 유형별, 연령별 도서나 전문 학술도서까지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제작하기 위해선 갈 길이 너무 멀다는 한숨이 나온다.
장애인 지식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국립장애인도서관’을 독립적인 준정부기관으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기존 ‘국립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를 확대해 이 도서관을 설립했다. 개별 서비스는 비교적 잘 제공하지만 대체 자료의 효율적 제작·관리 등은 미숙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속돼 있다보니 인력과 예산 등 각종 여건이 불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대 직업재활학과 조성재 교수는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사전적 의미의 ‘도서관’이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대체 자료 제작에 필요한 인력과 시스템을 갖춘 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 자료 제작과 기술 개발 등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어 시각장애인들도 원하는 자료를 제때 볼 수 있도록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해외에서도 대체 도서는 전문기관에 맡기는 추세다. 미국은 시민단체 ‘맹인을 위한 미국출판사(American Printing House for the Blind)’가 ‘국립점자인쇄소’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도 국가가 제작 시설을 직접 관리한다. 이런 기관은 주도적으로 대체 자료 제작 역할을 분담하고 전문화에 집중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역시 매년 많은 양의 대체 도서를 제작하고 있지만 여건상 80%에 가까운 도서의 제작은 민간 기관에 ‘아웃소싱’ 하고 있다.
1969년 국내 최초로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립된 한국점자도서관 육근해 관장은 “기술, 콘텐츠, 서비스를 개발하고 기관 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문기관이 필요하다”며 “점자도서관이 설립된 지 44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 보장 수준은 아직도 100점 만점에 50점 미만”이라고 평가했다.
전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