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고용시장에 훈풍 불러오고 있지만…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 질 여전히 열악
입력 2013-12-10 01:44
간병·보육서비스 등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가 고용시장에 훈풍을 불러오고 있지만 일자리의 질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건·복지 분야는 여성 취업자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정부가 그동안 여성 일자리를 강조해 왔지만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평가다. 또 대부분의 일자리가 정부 재정지원에만 의존해 지속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보건·복지서비스 취업자는 161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141만7000명)보다 19만4000명 늘어났다. 10월 전체 취업자 증가분(47만6000명)의 40.8%를 차지하며 전체 산업별 취업자 가운데 가장 많이 늘어났다. 10월 여성 취업자가 28만9000명 늘어난 것도 보건·복지서비스 취업자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고용시장은 이 분야의 활약에 힘입어 8월(43만2000명) 이후 3개월 연속 40만명대 고용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열악하다. 지난해 보건·복지 분야의 평균 근속기간은 3.64년으로 다른 산업 평균(5.47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비정규직 비중(8월 기준)은 35.2%로 집계돼 평균치(32.1%)를 웃돌았다. 월평균 임금도 155만7000원으로 평균치(157만6000원)보다 낮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04∼2012년 늘어난 여성 일자리 93만개 중 72만1000개(77.5%)가 보건·복지 분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일자리가 대거 양산된 셈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관성적으로 진행되는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이 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에 맞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다. 내년도 마찬가지다.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지원 사업은 월 200시간 기준 임금이 100만원(시급 5000원)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의 노인돌봄서비스 사업도 독거노인을 돌보는 근로자에게 월 65만원(1일 5시간)을 지급한다.
정부의 우선순위도 처우 개선보다는 경력단절여성 대상 일자리에 맞춰져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성 일자리의 경우 출산이나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과제”라며 “처우 개선도 중요하지만 재정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돌봄서비스 근로자의 임금 해결책으로 월 60시간 이상 근로, 1년 이상 계약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투입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당장은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고용시장을 지탱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산업을 육성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는 계속 늘어나겠지만 정부 재정지원만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만 고용과 복지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