宗家의 재해석… 전국 22곳 교육·생활철학 담은 유물 3D 미디어아트展

입력 2013-12-10 01:27


조선 중기 문신 농암 이현보(1467∼1555)는 90세가 넘은 부모의 생존을 기념하기 위해 ‘효도하는 일에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의 애일당(愛日堂)을 짓고 80세 이상의 노인들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 그리고 지인들이 증정한 그림과 송축시를 모아 ‘애일당구경첩’(愛日堂具慶帖·보물 제1202호)을 엮었다. 구경(具慶)이란 ‘부모가 모두 생존하셔서 경사스럽다’는 의미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내년 2월 24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종가(宗家)’ 특별전을 연다. 전국 종가 22곳을 찾아다니며 모은 유물과 이를 현대 작가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해 3차원(3D) 입체 미디어아트로 제작한 230여점을 선보인다. 우리나라 명문 종가의 교육과 생활철학을 살펴보고, 도덕적 책무와 사회적 실천에 대해 알아본다.

종가의 자녀교육은 ‘무엇이 될 것인가’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목표를 두었다. 경주최씨 최부잣집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육연(六然)’이 있다. ‘스스로 초연하게 지내라’ ‘남에게 온화하게 대하라’ ‘일이 없을 때 마음을 맑게 가져라’ ‘일을 당해서는 용감하게 대처하라’ ‘성공했을 때 담담하게 행동하라’ ‘실의에 빠졌을 때 태연하게 행동하라’.

종가는 종부(宗婦)를 통한 음식과 예절 등 가풍이 이어지는데, 진성이씨 노송정 종가 18대 종부 최정숙씨가 며느리에게 보낸 편지, 인동장씨 문중의 종부였던 남양홍씨가 1840년 막내며느리에게 쓴 편지가 처음 공개된다. 부모 봉양 때문에 고향을 벗어날 수 없었던 종손들이 직업으로 삼았던 지역공무원증과 종가 자녀의 초등학교 시절 반성문 등도 눈길을 끈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밥상머리 대화’를 바로 옆에서 보고 듣는 것처럼 입체 영상으로 꾸민 코너도 재미있다. 종가 살림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시 디자인도 이채롭다. 이번 전시의 핵심어는 ‘적선애일’(積善愛日·착한 일을 하고 부모를 공경한다)이다. 선조가 농암의 아들에게 “너희 집은 적선지가(積善之家)가 아니냐”며 하사한 어필 현판 ‘積善’이 전시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