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명희] 백 투 더 2012

입력 2013-12-10 01:42

미국 시카고를 향하는 열차에서 폭탄 테러 사건이 일어나 수백명이 숨진다. 만약 폭탄이 터지기 전에 폭탄 뇌관을 해체하고 테러범을 찾아냈다면 어떻게 됐을까. 2011년 개봉한 SF 영화 ‘소스 코드’는 이러한 상상에서 시작한다. 이미 두 달 전 전투에서 사망해 뇌만 일부 살아 있는 주인공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할)는 시공간이동 시스템인 소스 코드에 접속해 열차 테러로 숨진 한 남자의 기억에 남아 있는 마지막 8분 속으로 반복해서 들어간다. 그 8분 동안 과거에 접속해 열차 폭발을 막고 테러범을 찾아내 추가 테러를 막는 게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요즘 극장가에도 과거나 미래로의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영화 ‘열한시’는 시간이동 과학자들이 인공 블랙홀을 이용해 내일을 여행한 뒤 연구소로 돌아와 내일 오전 열한시에 일어날 폭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어바웃 타임’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한 남자가 사랑의 오류를 바로잡는 장면들이 나온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인생은 후회의 연속이다. 학창시절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더라면, 첫사랑 그녀에게 고백을 했더라면, 사랑하는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더라면. 그러다 보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로 가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공감을 얻는지도 모르겠다.

과학이론상으로는 시간여행이 그리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웨일은 “뇌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하게 알아내면 한 사람의 의식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평행우주론’ 창시자인 일본계 미국인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 뉴욕시립대 교수는 “앞으로 10년 안에 다른 시공간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 정치권은 타임머신이나 소스 코드도 필요 없을 것 같다. 1년 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야당 의원 입에서는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사퇴하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1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국정원 댓글이 없었다면 야당 후보가 승리했을 거라고 믿는 걸까.

우리 모두가 정말 귀 담아 들어야 할 것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가 아니라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브라운 박사 말이 아닐까 싶다. “미래는 백지다. 자네가 직접 만드는 거다. 멋진 인생을.”

이명희 논설위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