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송재용] 폐기물 3.0시대를 열며

입력 2013-12-10 01:35


기술에도 발전 단계가 있듯이 우리나라의 쓰레기처리 기술에도 상당한 발전 단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80∼ 90년대까지 수도권에서 발생되는 폐기물을 단순히 서울 난지도에 매립하던 것이 폐기물처리 1.0시대였다면 위생 매립이라는 기치 아래 현재의 수도권 매립지에 반입한 것은 2.0시대에 해당된다.

이후 20여년 가까이 쓰레기 처리와 운영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폐기물은 자원화하고 매립지는 공원화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위생 매립지를 갖게 됐다.

이제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폐기물처리 3.0시대를 맞이할 때가 됐다. 방대한 양의 폐기물처리 기술 정보(빅데이터)를 가치 있는 정보로 재해석하고 재해석된 정보를 연구와 비즈니스 모델로 활용하는 것이 그것이다.

폐기물처리 3.0시대란 폐기물을 처리하면서 축적된 매립 전의 분석 정보, 매립 중의 토양 복토 정보, 매립 후의 침출수와 매립가스, 악취 처리 등 사후 정보, 그리고 안정화 이후의 공원화 정보 등 방대한 양의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의 상관관계를 연구함으로써 빅데이터 기반으로 폐기물처리의 시금석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정보는 이미 학계와 민간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공공기관, 산업계와 학계가 공개·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협업(Collaboration)을 하면 이 분야 최고의 폐기물처리 3.0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하여 반입량과 침출수 처리량, 매립가스 발생량, 악취 발생 예측 등 지금까지의 단위 업무 간 단절된 정보를 미래 예측이 가능한 통합모델로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미래형 매립지 운영 국가 표준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세계화해 세계 표준모델로 만들 수도 있다. 이는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한 해외 기술이전 모델이 될 수도 있다.

폐기물처리 3.0시대는 빅데이터 활용과 더불어 정보를 공유하고 폐기물과 관련된 산업계와 학계에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토록 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시대적으로 정보를 제한하고 관리·통제하며 소극적·폐쇄적·일방적으로 국가 정책을 실현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는 ‘정부 3.0’이라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 칸막이를 없애고 과학적 행정을 구현하는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 국민 개인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창조경제를 지원하는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이런 즈음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정부 3.0과 폐기물처리 3.0의 방향성을 일치시킴으로써 그동안의 축적된 폐기물처리 노하우를 산업적 연관 효과로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될 때 매립지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단절된 정보 때문에 발생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과학적인 정보의 투명한 공개·공유로 지역주민은 물론 국민과의 소통 통로를 만들어 국민 개개인의 행복지수를 올리는 데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폐기물은 누구나 꺼리는 쓰레기가 아닌 폐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송재용 SL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