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드라마 종횡무진 조재현 다시 연극무대 찾은 까닭은

입력 2013-12-10 01:41


“40·50대 부부가 손잡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 만들고 싶어”

배우 조재현(48)이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의 주연을 맡아 대학로로 돌아왔다. 올 한해 그는 영화와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강렬한 연기를 선보였고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부교수 등의 직함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그런 그가 돈이나 시간을 놓고 따져봤을 때 가장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연극 무대를 찾은 이유는 무얼까.

지난 6일 대학로 카페에서 만난 조재현은 “연극 무대에 서는 게 재미가 있어서, 관객들 반응을 보면 행복해져서 하는 것이지 무슨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집 지키듯 대학로를 지키는 건 아니다”며 웃었다. 그럼에도 인터뷰 내내 중장년층 관객이 찾을 수 있는 대학로를 만들고 싶다는 그의 열정이 강하게 와 닿았다.

“이번 작품은 2011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했던 ‘민들레 바람 되어’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자꾸 ‘중년층이 볼 연극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당시 그 작품은 20대 취향의 로맨틱 코미디가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이례적으로 중장년층 관객 몰이에 성공했다. 이번 작품 역시 50대가 주인공이다. 한때 사랑하다 헤어진 역사학자 정민과 분쟁전문기자 연옥이 50대 접어들어 매주 목요일 만나 삶과 사랑, 우정에 대해 얘기하는 과정에서 남녀의 엇갈린 시선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예술의 전당 초연 당시 관객점유율 99%를 기록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걸 지난달 29일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으로 옮겨왔다. 정민 역에 조재현과 박철민 정은표가, 연옥 역에는 유정아 정재은이 캐스팅됐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 초반 관객점유율은 주춤했다. 그는 “가격도 좀 비싸고, 20대 위주의 대학로에는 어울리지 않는 공연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내 중년층 관객들이 찾으며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대학로는 각별하다. 작고한 그의 형이자 방송 감독이던 조수현씨와 그가 젊은 시절을 누빈 곳이다. 무엇보다 연극 무대는, 설 때마다 발가벗겨지는 느낌을 주면서 연기자로서의 초심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지금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100여개 극장에서 매일같이 공연이 이뤄지고 있는 곳이 대학로”라며 “다양한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넘치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10·20대 관객들이 재미있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연극뿐 아니라 ‘파우스트’ 같은 묵직한 작품도, 중장년층이 즐길 수 있는 연극도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동숭동에 6층짜리 예술전용극장 ‘수현재’를 짓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형과 그의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 극장 3개 중 한 곳은 연극전용관으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영화 등 다른 장르의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임대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완공되면 2월부터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수현재의 첫 작품으로 올릴 예정이다. 그는 “40·50대 부부가 손잡고 와서 연극 한편 보고, 기분 좋게 맥주나 와인 한잔 하고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40·50대 관객들에게 주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10·20대 취향 위주로 짜여진, 편식이 심한 문화계를 이들이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 했다. 그는 “과거 40·50대는 어떤 작품이 뜨고 나면 뒤늦게 가서 보는, 한 마디로 시장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40·50대는 작품에 빨리 반응할 뿐 아니라 그들만의 고유한 시장을 형성하는 세력이 됐다”며 “이들이 다양한 문화를 선택하며 버텨줘야 문화 편식을 하는 10대들이 40·50대가 됐을 때 찾을 수 있는 시장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0년 8월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을 맡아 두 번째 임기를 채우고 있다. 수십 년 문화계를 지켜온 그가 지난 4년간 정책 현장을 누비면서 내린 결론은 무얼까. 그는 “단기적인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10년 정도 비전을 갖고 교육과 복지 정책을 통해 청소년 때부터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