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 4년 만에 총파업] 민영화 반대라지만 또 국민 볼모… 정부 “명백한 불법”

입력 2013-12-10 02:28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에 반발해 9일 오전 9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운영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 수순이라는 이유에서다. 철도노조 파업은 200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즉각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노조 집행부 194명을 고소·고발 대상으로 추렸다. 업무복귀 명령 미이행자는 직위해제하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일로 예정된 임시 이사회를 연기하고 상황을 논의해보자고 했던 우리의 진심어린 제안마저 코레일이 끝내 거부했다”며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기 위해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오전 9시를 기해 전국 131개 지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파업에 들어갔다. 오후 2시부터는 서울역 광장에서 조합원 8000여명이 참여한 것을 비롯해 부산, 대전, 전주, 영주역 등 전국 5개 지방본부별로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했다. 철도노조는 필수인력을 제외한 노조원 1만3000여명 중 1만명 넘게 파업에 참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레일은 공공사업장이라 필수인력 8418명은 파업과 상관없이 근무를 하고 있다. 코레일은 나머지 인력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군인 및 퇴직 직원 등 대체인력 6035명을 투입해 운행 차질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파행 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코레일은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번 파업은 명분도 실리도 없는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도 자료를 통해 “철도사법경찰대와 경찰의 협조를 통해 노조가 불법으로 철도역 시설이나 차량 등을 손괴할 경우 즉각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코레일은 파업 돌입 전 여러 차례 경고한 만큼 단순 참가자를 포함해 모두 징계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 코레일은 파업 첫날부터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고소·고발에 착수하며 강경 대응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번 파업은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철도노조는 정부가 지난 5일 확정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안에 대해 “민영화 수순”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코레일과 정부는 “민영화와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코레일 지분율이 30%에서 41%로 늘어나는 것 외에는 이명박정부 말기 추진한 철도 민영화 방안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나머지 지분은 공공기금이 보유하게 된다.

반면 국토부와 코레일은 지분율을 확대하면서 코레일 의사에 반하는 정관 변경이 불가능하고, 운영회사 주식도 민간에 매각하지 못하게 돼 있어 민영화는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최 사장은 이날 “수서발 KTX는 코레일 계열사로 확정돼 민영화 주장은 근거가 없다”며 “제가 선로에 드러누워서라도 민영화를 막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항변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민간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한 정부 방침이 상법에 위배돼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은 현 정부 들어 첫 공공노조 파업이라 정부와 노동계의 ‘기 싸움’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정부의 대체인력 투입과 대체수송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도 강경 대응을 공언하고 있어 2009년 169명 해고에 이어 무더기 해고가 재연될 조짐도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