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로 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獨 종교사회학자 다이버 교수 “한국, 공공성에 대한 관념 부족”

입력 2013-12-10 01:40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의 회복입니다. 모두가 공공의 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소명의식을 지닌 사람들은 개인의 어젠다를 뛰어넘어 공공의 선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를 위해 자신을 던질 수 있습니다.”

독일의 대표적인 종교사회학자인 칼 프리츠 다이버(87·사진) 독일 마부르크대학 명예교수는 지난 10월 중순 하노버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공공성 회복의 중요함을 말했다. 다이버 교수는 1988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이후 숭실대 등에서 교환교수를 하면서 한국 사회를 관찰했다.

그는 “한국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역동적이지만 공공성에 대한 관념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공공성 회복을 위해서는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추구해야 하며 이는 철저한 소명의식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습니다”고 제시했다. 그는 막스 베버가 말한 바와 같이 정직과 신용, 근면과 절제 없이 참다운 자본주의는 결코 이뤄질 수 없다면서 이 가운데 한국 사회가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해야 할 덕목이 정직이라고 말했다.

다이버 교수는 공공의 선을 추구해 나가기 위해 무엇보다 정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사회·경제·종교 등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부정·부패는 정직하지 못한 데 따른 결과입니다. 정직한 사람들만이 소명의식을 갖고 일해 나갈 수 있습니다. 착한 사회와 착한 정부, 착한 언론은 정직한 사회요, 정직한 정부며, 정직한 언론입니다. 우리 모두 거짓을 버리고 정직의 대로를 걸어야 합니다.”

그는 독일식 사회복지와 사회적 경제가 철저히 기독교적 소명의식에 입각해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천민자본주의를 배격하고 품격 높은 자본주의를 이루기 위해 경제와 사회 각 주체들의 소명의식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이버 교수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독일과 일본이 정반대의 길을 가는 것과 관련해 “독일의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나치의 죄악을 사죄하는 근저에는 그들(정치인들)에게 직업(정치)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았다는 소명의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 기독교적 소명의식의 유무가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과 독일의 길을 갈랐다는 분석이다.

하노버=이태형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