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큰 선수 되려면 큰 물서 놀아야
입력 2013-12-10 01:39
역시 경험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8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막을 내린 스윙잉스커츠 월드레이디스 마스터스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의 승리로 끝났다. 다양한 잔디와 강풍 경험에서 앞선 LPGA 선수들은 톱10에 7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미국투어 상금왕인 장하나(21·KT)와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대결, 아마추어 시절 라이벌이던 김효주(18·롯데)와 리디아 고(16·뉴질랜드)의 설욕전 등 쏠쏠한 볼거리가 많았다.
지난 6일 대회를 앞두고 박인비는 러프와 바람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예견대로 1라운드부터 한국선수들의 고전이 시작됐다. 미라마르 골프장은 한국에는 거의 없는 버뮤다 잔디가 깔려있다. 미국 플로리다 등 더운 지방에 많은 버뮤다 잔디의 질긴 특성상 러프에만 들어가면 1타 이상 잃을 각오를 해야 했다.
올해 국내 상금 2위인 김세영(20·미래에셋)은 1라운드에서 74타로 부진하자 러프 잔디를 휴대폰으로 찍어 국내에 있는 코치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헤드무게를 느끼며 부드럽게 스윙하라”는 교과서적인 답신이 왔다. 김세영은 2라운드에서 미국투어에서 뛰는 유소연(23), 신지애(25)의 러프탈출 모습을 유심히 관찰했다. 이들은 백스윙때 곧바로 왼손 코킹에 들어가 급격하게 내려오면서 강하게 볼을 가격하고 있었다. 볼이 잔디에 떠 있어 쓸어치는데 익숙한 한국투어 선수들과는 다른 트러블샷이었다. 커닝에 성공한 김세영은 2, 3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공동 10위(1언더파)에 턱걸이했다. 장하나 역시 첫날 73타로 부진했지만 3라운드에서만 69타를 기록, 공동 6위(2언더파)로 체면치레를 했다.
강풍도 한국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미라마르 골프장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하루종일 강한 바람이 불고,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위 풍향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전세계 골프장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박인비는 첫날 9언더파라는 생애 베스트 스코어를 냈다. 경험면에서 보자면 대회 우승을 차지한 리디아 고도 만만치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미국과 유럽투어에서 쌓은 경험에서 국내파를 앞섰다. 지난해 아마추어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겨뤘던 백규정(18), 김민선(18·이상 CJ), 김효주 등과 프로무대 첫 대결을 펼쳤지만 1년 후 이들의 차이는 더욱 벌어졌다.
김효주의 전담 캐디인 송영군 크라우닝 이사는 “1년 사이 리디아가 몰라보게 발전했다. 샷이나 멘탈 등 3박자를 고루 갖췄다”며 “역시 선수는 큰 물에서 놀아야 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타이베이=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