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성택 숙청 공식 발표] ‘張 숙청’ 김정은 직접 나섰다
입력 2013-12-10 03:27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해임 및 출당·제명을 결정했다고 공개 발표했다. 실질적인 2인자이자 고모부였던 장 부위원장을 김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숙청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주요 인사에 대한 출당 사실을 발표한 것은 57년 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김정은 체제뿐 아니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숙청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은 9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장 부위원장 해임을 공식 발표한 데 이어 오후에는 조선중앙TV로 장 부위원장이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돼 끌려 나가는 모습까지 공개했다. 특히 조선중앙TV는 장 부위원장을 비판하는 간부들의 사진도 함께 실었다. 사진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와 김기남 당 선전담당 비서,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김정은 정권 핵심 실세들은 연단에 나와 장 부위원장을 비판했다. 주석단이 아닌 일반 좌석에 앉았던 김영춘 국방위 부위원장,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강석주 내각 부총리 등도 장 부위원장을 비판하기 위해 발언권을 요청하며 손을 든 모습이 포착됐다. 최고지도자에게 도전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공포정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주요 인사에 대해 출당 조치를 내린 것은 1956년 8월 ‘종파 사건’ 이후 처음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당시 김일성 주석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고 윤공흠, 서휘, 이필규를 출당시켰다.
이에 따라 장 부위원장의 재기는 사실상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최소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져 말년을 고립된 채 힘들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에서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는 가장 중대한 범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부인이자 김 제1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비서와 별거 중인 것으로 알려진 만큼 보호막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자유북한방송은 평양의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중앙당 간부로부터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은 이미 지난 5일에 처형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북한은 1969년 김창봉 민족보위상 등을 ‘반당 종파분자’와 ‘군벌주의자’라는 죄명으로 각각 숙청하고 정치범수용소로 보내 생을 마감하도록 한 바 있다.
해임 발표 보도에는 또 ‘장성택 일당’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장 부위원장 측근 및 인맥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곧 이뤄진다는 것을 시사한 대목으로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Key Word :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는 당 중앙위 전원회의 다음가는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확대회의가 공식적으로 열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당 중심 지도체제를 주도하면서 그 위상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 8일 열린 확대회의에선 당 정치국 상무위원·위원·후보위원뿐 아니라 당 중앙위 등의 고위 간부들도 모두 참석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