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위대, 레닌 동상 철거… 시위대 도심 동상 쓰러뜨려

입력 2013-12-10 01:36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무산에 화가 난 우크라이나 민심이 ‘사회주의 상징’인 블라디미르 레닌 동상을 부숴버릴 지경에 이르렀다.

8일(현지시간) 저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시내 베스사라프스카야 광장에 마스크를 쓴 30여명의 시위대가 나타나 광장에 서 있는 레닌 동상을 넘어뜨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3.45m 높이의 레닌 동상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목에 올가미를 씌우고 3∼4개의 굵은 줄을 연결, 10여분간 끌어당긴 끝에 육중한 동상을 쓰러뜨렸다. 레닌 동상은 머리 부분부터 뒤로 넘어지며 땅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바로 목이 떨어져 나갔다. 주변에 있던 1500여명의 시위대는 환호하며 “다음은 야누코비치 대통령 차례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AFP는 이들이 극우 민족주의 성향 야당인 자유당의 푸른색 깃발을 흔들었다고 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12월 세워진 이 동상은 키예프 시내에 남은 유일한 레닌 기념물로 알려졌다. 2009년에도 민족주의자들에게 공격당해 얼굴 부분 등이 부서졌으나 우크라이나 공산당이 다시 복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위대가 레닌 동상을 쓰러뜨린 것은 러시아의 영향력에 대한 민심의 명백한 거부”라고 풀이했다. 이날 집회는 반(反)정부 시위가 시작된 후 최대 규모로 시위대 측은 1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공산당은 동상 철거에 “문명과 문화의 영역에서 벗어난 행동”이라고 반발했다. 알렉산드르 포포프 키예프시 국가행정실 실장도 “이번 사건은 민주주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동상 철거는 공공기물 파손 행위”라고 비난했다. 키예프시 경찰청은 레닌 동상 철거 가담자 색출에 나서는 등 수사에 착수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