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인공호흡기 떼고 임종 맞았다… 생명연장 거부 자택서 타계

입력 2013-12-10 02:27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인공호흡장치를 뗀 채 스스로 호흡하다 임종을 맞았다고 현지 주간지 선데이타임스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사실상 생명 연장을 거부하고 죽음을 받아들인 셈이다. 만델라 본인의 뜻이었는지, 가족의 결정이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만델라는 지난 5일 오후 8시50분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하우튼의 자택에서 숨졌다. 현 부인 그라사 마셸과 전 부인 위니 마디키젤라, 장손녀 마카지웨, 장손자 만들라 등이 임종을 지켜봤다.

만들라는 족장(전통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는 이스턴케이프주(州) 음베조에서 이날 오전 연락을 받고 서둘러 요하네스버그로 왔다. 만델라의 또 다른 딸 진드지와 제나니는 영국 런던의 한 극장에서 부고를 전해 들었다. 인근에 사는 야당 민주운동연합(UDM) 대표 반투 홀로미사도 만델라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봤다. 만델라정부에서 환경관광부 차관을 지낸 측근이다. 그는 세 시간 전쯤 자택에서 만델라가 위중하다는 전화를 받고 달려왔다.

홀로미사는 “그의 상태를 보는 건 슬펐다”며 “살아있는 만델라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만델라가 숨을 거둘 때까지 한 시간 넘게 옆을 지켰다.

만델라 타계 소식은 제이콥 주마 대통령 등에게 먼저 알려졌다. 주마 대통령은 방송 카메라 앞에서 만델라의 죽음을 알리는 긴급성명을 읽어 내려갔다. 만델라의 다른 가족과 친구, 정치인들이 만델라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법무부 장관 제프 하데베, 국방부 장관 노시비웨 마피소-나쿨라, 경찰부 장관 나티 음테트, 남아공의 광산 재벌 패트리스 모체페 등이었다. 이 자리에서 목사들이 가족을 위로하고 대표 기도를 했다. 만델라가 이끌었던 집권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지도 목사 부킬레 마하나,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실 사무차관을 지낸 프랭크 치카니 목사였다.

만델라는 이날 밤 12시쯤 장례를 위해 정부 측에 넘겨졌다. 남아공 국기가 덮인 관에 시신이 안치됐다. 시신이 자택을 떠날 때 장손 만들라는 만델라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장례 절차를 진행 중인 남아공 정부는 내국인에게 가급적 지역 단위 추모식에 참석하도록 공지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10일 추모행사가 열리는 요하네스버그로 전 세계 조문객이 몰려들자 국내 추모객 분산에 나선 것이다.

현지 언론은 만델라 장례식 참석을 위해 70개국 정상이 남아공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이끄는 우리 정부 조문단은 9일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10일 전용기로 출국한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만델라 장례에 참석하지 않는다고 그의 대변인이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