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패러다임-전문가 인터뷰]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美·中·日 위험관리 필요”

입력 2013-12-10 01:38


동북아시아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이어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마저 조성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양굴기’를 내세운 팽창전략으로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이에 맞서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격랑의 동북아 안보 구도와 관련해 미국 및 중국 측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봤다.

“시진핑 중국 중국주석이 추구하는 ‘신형 대국관계’는 미국의 인식과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것은 앞으로 양국 관계에 지속적인 긴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의 대표적 동북아·한반도 전문가로 꼽히는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지난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와 그 파장은 양국의 신형 대국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차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이번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동중국해 공역 지배권 강화를 통해 동아시아에 대한 미국 안보 약속의 진정성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과 관련, “이것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에 곤혹스러운 것은 CADIZ 선포 결정을 되돌리는 등 뚜렷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공식별구역은 한국과 일본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주권국가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며, 중첩된다는 이유로 군사적 충돌을 벌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신형 대국관계로 대표되는 시 주석의 새로운 리더십과 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는 ‘신진 세력’ 중국의 역학 등으로 미·중 관계는 더 어려워질 수 있지만 미국은 중국과의 ‘기본적인 협력’의 끈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CADIZ 선포에서 드러난 중국의 도전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면서도 동북아의 긴장이 선을 넘지 않도록 ‘위험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한·일 관계의 ‘뜨거운 감자’인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한국인들이 오해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특사를 보내는 등 관련국에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아베 총리는 조만간 그렇게 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집단자위권 행사가 미·일방위협력지침의 맥락 안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면서 일본이 독립적인 군사력으로 동북아 역내는 물론 그 너머로 움직이는 것을 미국은 원하지 않으며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본의 보조적인 역할을 기대할 뿐 일본이 주도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반도 비상 상황에서 집단자위권을 명분으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하는 등의 상황을 한국인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어떤 시나리오에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이 이를 원하지 않으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한반도 비상상황에서 한국이 주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미국은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