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패러다임-전문가 인터뷰] 주펑 베이징대 교수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
입력 2013-12-10 01:39
동북아시아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추진에 이어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으로 미국·일본과 중국 사이에 일촉즉발의 위기마저 조성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양굴기’를 내세운 팽창전략으로 태평양 지역으로 진출하려는 중국과 ‘아시아 중시 정책’으로 이에 맞서는 미국의 힘겨루기가 진행되면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격랑의 동북아 안보 구도와 관련해 미국 및 중국 측 전문가의 진단을 들어봤다.
국제안보 분야에 정통한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는 북한 핵 문제와 겹쳐 동북아시아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동북아 상공에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 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중국의 외교정책에도 큰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대해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당연히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를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지난 5일 베이징대 내 자신의 연구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베이징대 박사 출신으로 현재 베이징대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을 겸하고 있다.
-중국이 CADIZ를 선포한 것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뿐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복귀’를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중·미 관계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CADIZ는 동북아 안보 측면에서 보면 아주 골치 아픈 이슈가 된 것이 사실이다. 중국 미국 일본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공중에서 소규모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중·미 관계는 크게 후퇴하게 된다. 미국과 일본은 더욱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한반도에 미칠 영향은.
“강조하고 싶은 것은 CADIZ는 북한 핵과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사국들은 불편한 사이라 하더라도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신형 대국관계’를 강조했다. 서로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는 말도 했다. CADIZ 선포 이후 신형 대국관계는 어떻게 발전하게 되나.
“중국은 신형 대국관계를 통해 미국이 소위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동시에 서로 ‘윈윈’하면서 충돌을 막자는 것이다. 미국은 그러나 핵심 이익이라는 개념을 선뜻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중국이 미국과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행동에 나서기를 요구한다. 이처럼 신형 대국관계는 양국이 공통의 인식을 마련하기 위해 마찰을 거치는 과정에 있다. 따라서 서로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중국은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 핵심 이익을 존중해 달라고 요구만 하는 것 아닌가.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있는 것도 있는가.
“그렇다. 대만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대만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 현재 양안 관계는 미국이 바라는 것처럼 무력 위협도 없고 경제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도 크게 줄었다.”
-CADIZ 이후 일본은 미국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은 집단자위권을 확보한 뒤 군국주의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있을까.
“일본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빌미로 ‘중국위협론’을 제기하면서 집단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동아시아가 긴장관계에 빠져든 것은 일본의 안보전략 변화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집단자위권을 지지하는 태도가 두드러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극우적인 행보를 막을 방법은 잘 안 보인다. 그런 만큼 중·일 간 위기관리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