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적인 삶 풍자… ‘바보상자’ 속의 사람들

입력 2013-12-10 01:34


최석윤 개인전 ‘TV 세레나데’

서양화가 최석운(53)은 개와 돼지, 아줌마와 아저씨 등을 화면에 담아낸다. 이를 통해 특유의 익살, 은유, 블랙유머, 그리고 패러디와 해학을 펼쳐 보인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난다. 미소(微笑) 실소(失笑) 조소(嘲笑) 폭소(爆笑) 등 갖가지 웃음. 이번에는 캔버스가 아니라 도자기로 만든 TV상자에 웃음의 코드를 집어넣었다.

‘바보상자’로 인식돼온 TV상자 안에는 작가의 폭넓고 예리한 관찰로 그려진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들이 등장한다. 잘 생긴 배우들도 아니고 평범한 남녀와 동물들이 맨손체조도 하고 조깅도 하고 부둥켜안고 키스도 한다. 하지만 그의 그림 앞에 서서 마냥 즐겁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는 우리의 허구적 삶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1984년에 그린 ‘낮잠’ 때문이었다. 작업실에서 곯아떨어진 자신과 함께 쥐와 바퀴벌레를 그렸다. 별로 웃기지도 않은데 한 관람객이 보고는 파안대소를 하더란다. 비루한 일상, 힘든 삶을 그린 것이었지만 웃음이 난다? “바로 이것이다!”하고 무릎을 쳤다. “힘들고 각박한 세상, 웃음으로 숨통이 트이게 되는 그림을 그리자.”

이후 30년가량 ‘최석운표 그림’으로 인기작가에 오른 그의 개인전 ‘TV 세레나데’가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린다. 강렬한 원색과 명쾌한 화면구도로 해학과 풍자를 TV상자에 담은 20여점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세태에 대한 뼈있는 농담을 하는 그의 그림은 조선시대 혜원 신윤복과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와 맥을 같이 한다(02-733-4867).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