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패러다임-日 집단적 자위권 해법] 이규형 전 駐中대사 “정부 명확한 입장과 초당적 대처 중요”
입력 2013-12-10 02:28
이규형 전 주중 대사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문제에 대해 “한반도 안보 및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우리 요청이 없는 한 용납할 수 없다는 정부 입장을 정치권에서 재확인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대사는 지난달 27일 국민일보와 가진 창간기념 인터뷰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성이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국익과 관련된 문제일수록 정치권의 초당파적 인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한국의 기본 인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봤다. 일본 내 관련 논의가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과거 역사에서 비롯된 주변국들의 의구심과 우려를 해소하는 쪽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인식이 중국에도 깔려 있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한국과 중국이 공동 대응할 여지는 적다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한국과 중국의 기본 인식에는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보지만, 동시에 한·중 양국은 서로 다른 국내외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며 “또 문제 제기를 통해 확보하고자 하는 내용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각자 자국의 관점에서 대처해 나가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이 역내 안보 기여 측면에서 집단적 자위권을 환영하는 것에 대해선 “모든 나라가 각기 자국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따라 특정 문제에 의견이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면서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 어떤 점을 더욱 중시하느냐에 따라 언급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불행한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어느 나라보다 더 크고 많은 관심을 갖고 제반 사항에 면밀히 대처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사는 현재 냉기류를 이어가는 한·중·일 3국의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우선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각기 조성하는 게 필요한데, 특히 대화 환경을 망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언급이나 조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며 “일차적으로 외교 당국자 간 모임을 갖고 솔직한 대화를 통해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타협점을 모색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동맹과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한·중 관계를 동시에 추구하는 외교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은 건전한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을 담보해주고, 또 좋은 이웃인 한·중 간 여러 협력과 교류는 한·미가 동등한 파트너로서 성숙한 동맹 관계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가 얼마만큼 우리 국익에 충실한 입장에서 두 나라와의 관계 발전을 추진하겠는가 하는 의지, 또 이를 뒷받침할 정교한 외교정책 수립과 이행, 이에 대한 초당파적 지지 여부에 따라 우리 입지가 좁아지거나 반대로 우리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양국은 숙명적으로 ‘좋은 이웃’(好隣居·하오린쥐)으로서 각자의 발전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관계 발전에 노력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한·중 관계는 호혜적인 발전을 계속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은 중국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서로 중요하고 필요한 상대국으로 성장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또 “인근 국가 간에 앞으로도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역사인식 문제, 북으로부터 야기되는 문제는 때론 양국 관계를 긴장시키기도 하겠지만 그간의 극복 경험과 해결 의지 및 양국 최고 지도자의 관계 발전에 대한 굳은 신념은 어떤 어려운 과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전 대사는 외교통상부 2차관에 이어 러시아, 중국 주재 대사를 역임할 정도로 능력과 친화력을 두루 인정받은 외교관이다. 2011년 5월 주중 대사로 취임한 뒤 한·중·일 3국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 등 양자 외교 업무를 원만하게 처리하고 지난 5월 말 퇴임했다. 주중 대사 재임 시 중국 31개 성·시·직할시 가운데 17곳을 방문하는 등 중앙 당·정은 물론 다양한 지방 지도자들과도 폭넓은 교류를 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