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회 만들기 이렇게] 하정열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 이사장 “이웃에 소홀한 건 무관심 때문…”
입력 2013-12-10 02:27
“이웃 사랑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거창한 구호에만 그치고 있어요.”
하정열 선한사마리아인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이사장은 착한 공동체로 가는 열쇠가 매일 얼굴을 맞대는 이웃에게 있다고 말했다. 옆집 사람뿐 아니라 직장 동료, 동호회원, 교회 구성원 등도 훌륭한 이웃이다. 하 이사장은 이들을 인생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어떤 관계를 맺을지 고민해볼 때라고 말했다. 2005년 설립된 이 단체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웃과의 관계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신길동 운동본부 사무실에서 하 이사장을 만났다.
-현대사회에서 이웃이 왜 중요한가.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해줄 수도 있는 사람이 우리 이웃이다. 얼마 전 심장마비 환자가 119 구급차를 기다리다 숨진 사건이 있었다. 구급차가 늦어 응급처치가 안됐다. 이런 사망자가 1년에 2만7000여명이다. 외국에선 이런 환자의 생존율이 20% 정도지만 한국은 3%대다. 우리는 이웃의 응급상황을 멀리 있는 의사나 구급대원의 일로 치부해버린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현명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었지만 서민의 삶은 각박하기만 하다. 먹고살기도 벅찬데 이웃에게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럴수록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 선조들은 물질적으로는 가난했지만 이웃과의 정은 풍요로웠다. 과연 어떤 시대가 더 행복했을까. 얼마 전 하버드대 총장이 졸업식장에서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세대는 함께 부를 노래가 없고 함께 외칠 구호가 없고 함께 흔들 깃발이 없다.’ 공동체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다.”
-국가 정책에 문제는 없는가.
“진심의 문제다. 예를 들어 쪽방촌 사업을 보자. 정부와 지자체에서 열심히 들락거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이곳에 화장실이 없었다. 그곳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처리하느냐고 물어보니 페트병이나 그릇에 담아 큰 건물 화장실에 몰래 버린다고 한다. 정책적으로 하는 일은 많은데 구체적인 부분에서 진심이 부족한 것 같다.”
-이웃 사랑을 확산시키는 데 걸림돌은 무엇인가.
“가장 안타까운 게 교육이다. 진학·취업·출세만 강조하다보니 ‘정글의 법칙’이 교실을 지배하고 있다. 배려, 도덕성, 인성을 키우기 어렵다. 이런 교실에서 배운 사람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종교도 공동체 정신이 퇴색하고 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돼 베풀어야 한다는 정신을 망각하고 자기 단체의 성공과 확장에만 몰입하고 있다.”
-‘함께’의 가치가 확산되기 위해 어떤 실천이 필요한가.
“무관심도 문제지만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괜히 나섰다가 책임질 일이 생길 수 있다는 두려움도 무관심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뜻있는 종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앞장서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웃을 도우려는 선한 마음을 존중하고 이런 마음을 불이익으로부터 보호하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글·사진=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