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패러다임-日 집단적 자위권] 본색 드러낸 아베… 되살아나는 군사 야욕

입력 2013-12-10 01:37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은 무력사용을 금지한 평화헌법을 허물고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이다. 즉 2차 세계대전 패전국이라는 멍에를 벗고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의사표현인 것이다.

◇‘보통국가’를 향한 첫 번째 과정=일본은 1946년 마련된 헌법에서 방어 목적 외의 교전권을 포기했다. 분쟁 해결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무력을 제외했다. 하지만 유엔헌장에는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가 제3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 동맹국을 지원해 제3국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무력행사를 가능토록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집단적 자위권이다.

유엔 회원국인 일본 역시 이론상으로는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헌법과 유엔 헌장 사이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 이 때문에 일본은 그동안 내각법제국이나 외무성 조약국의 헌법 해석 형식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은 보유하되 행사하지 않는다”는 절충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집권 자민당의 보수파들은 끊임없이 이런 절충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집단적 자위권이 인정돼야만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실질적으로 대등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고 국제안보 현안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보수성향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들어서면서 더 본격화됐다.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적극적 평화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운 아베 정권은 참의원과 중의원 선거 압승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집단적 자위권 도입은 미국 때문=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에 힘이 붙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역시 미국의 지지 때문이다. 미국은 2000년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을 위한 논의를 자체적으로 활발히 진행했다. 부시 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는 2000년 미·일 관계리포트에서 일본의 국제적인 책임분담을 요구했다. 여기에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헌법 개정도 지지했다. 이를 통해 일본이 동북아에서 미군의 역할을 분담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부상 이후 미국은 아시아 중시 외교를 펼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과 금융위기 등으로 인한 재정압박으로 더 이상 군비를 늘릴 수 없게 됐다. 돈줄인 일본과 군비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즉 일본의 군사대국화 위험부담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팽창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활용한 것이다.

일본으로서도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갈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한반도에 미칠 영향=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일본은 미국과 더불어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인 군사 활동을 벌이며 세계의 평화와 안보에 공헌하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10월 아베 총리는 사이타마현에 있는 육상자위대 아사카 훈련장에서 “방위력의 존재만으로 억지가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집단적 자위권을 포함한 헌법해석 변경과 안보 관련 법안 정비를 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는 곧 전수방위(專守防衛·방어만 한다는 의미) 개념을 벗어나 선제적 방위개념을 도입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일본은 이와 관련, 13일쯤 발표될 것으로 보이는 ‘신방위대강’에 ‘적기지 타격 능력 배양’ 등 공세적인 방어개념을 대거 삽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사실상 한반도에서 행사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는 미군 지원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의 우려를 알고 있는 일본은 벳쇼 고로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달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집단적 자위권 추진과 관련해 한국에 투명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런 한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사시 한반도에서 한국을 배제한 채 미국과 일본이 자의적으로 작전을 짜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우선 한국과 일본 사이에 대화채널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9일 “한국도 감정적으로 집단적 자위권에 대응할 게 아니라 일본과 실무적인 대화를 통해 무엇이 국가이익인지 생각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