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교회] 위탁부모 29년… “아이와 헤어질 땐 온 가족이 울어요”

입력 2013-12-10 01:33


홀트아동복지회 위탁부모 양인숙·김재웅 집사 부부

영하 2.4도. 올해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던 지난달 26일 홀트아동복지회 위탁부모로 일하는 양인숙(63) 김재웅(68) 양서중앙교회 집사 부부의 서울 신월동 자택을 찾았다. 현관문을 열고 거실로 들어서자 훈기가 느껴졌다. 양 집사 부부가 돌보는 두 아이 정원일(2)군과 강윤지(2)양은 장난감을 들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입양 대기 중인 아이들을 임시로 돌보는 위탁부모. 양 집사 부부는 1985년부터 60여명의 아이를 돌봤다. 60명이 넘는 아이들과 이별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부에게는 두 자녀 의성(41)씨와 혜선(38)씨 남매가 있었다. 손자손녀도 다섯 명. “헤어질 때는 온 가족이 엉엉 울어요. 중학생인 손자 준범이는 지난번 아기를 입양 보낼 때 학교도 안 갔어요.” 가족 모두 아기에게 정들어서다.

“아기들과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 그만두는 위탁모도 많아요. 그런데 다른 아기를 다시 받아 사랑을 쏟으면서 키웠던 아기를 잊기도 해요. 저도 그렇게 키운 것 같네요.” 양 집사 얘기다. 방에서 손때 묻은 성경을 들고 나왔다. 그 사이에 들어 있는 사진 한 장. “89년 인애라는 아이가 입양 갈 때 찍은 거예요. 하체 마비였고 뇌수증으로 변도 제대로 볼 수 없었어요. 네 살 무렵 한 소도시 다리 아래 버려진 아이였는데…. 인애가 갈 때는 동네 사람들 모두 울었어요. 출국할 때 공항에서 우는 동생들한테 ‘애기야 울지마’라며 달랬다고 하더군요.”

금방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소정이는 소식 있어?” 김 집사가 아내에게 물었다. 85년 처음 키운 아이 이름이라고 했다. “소식 몰라요. 입양한 부모가 계속 소식을 알려주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으니까요.” 예전에 돌봤던 아기들 사진을 함께 들여다봤다. 입술갈림증이 있는 ‘언청이’가 많았다. “아무래도 아기들 중에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입술갈림증이 있는 아기는 우유병을 빨 수 없기 때문에 튜브에 넣어 짜 먹여야 해요.” 힘들었을 것이다. “아기들은 밤에 많이 우니까 저나 남편 모두 잠도 잘 못자고요. 일 나가는 남편에게 참 미안했어요.”

부부는 함께 식당을 운영했던 10여년을 제외하곤 계속 아이들을 키웠다. 힘이 어디서 날까. 양 집사는 “예수님 사랑이겠지요. 아이들도 주님 은혜로 잘 자라줬고요. 둘 씩 키울 때도 많았는데 이 양반도 참 잘 도와줬어요. 애들 아플 때 병원까지 늘 운전해주고요.” 대화 나누는 동안 정군은 귤을 몇 차례 낯선 기자에게 권했다. 김 집사는 “이 사람이 정이 참 많아서 늘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더라고요. 전 도와주는 정도고…”라고 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다.

두 사람은 충남 서천 출신이다. 고향 마을 지원교회에서 만나 62년 결혼했다. 시골에서 떡 방앗간을 하다 78년 서울로 왔다. “방앗간 할 때를 떠올려보면 동네 사람들이 늘 우리 가게에 와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희 집사람이 늘 정이 많고 사람들한테 따뜻하게 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복지회에서도 아기 잘 돌보는 위탁모로 소문나 둘씩 맡아 키우고 있다.

어린 아기들을 키우면 여행은 엄두도 못 낼 것 같았다. “아니에요. 결혼식 장례식 애경사 있을 때 아이들 데리고 다녀요. 교회 분들이 우리 아이들을 많이 예뻐해 주세요. 몇 해 전 여름에는 아들 내외랑 다 함께 제주도로 여름휴가도 같이 갔어요.” 장애가 있는 아기를 키울 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이 의식되지 않을까.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요. 하나님이 주신 귀중한 생명인데요.”

양 집사 부부는 요즘 걱정이 있다. “아이들이 잘 적응하려면 빨리 입양되는 게 좋은데 대기 기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5∼6개월이면 됐는데 정군과 강양의 경우 온 지 각각 30개월, 20개월이 넘어가는데도 양부모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부는 늘 아이들과 아이들 친부모를 위해 기도한다. ‘늘 아기들이 좋은 가정에 입양되고 친부모들도 아름답게 살아가도록.’

남기고 싶은 얘기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기자님,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고 따듯한 가정에 입양되도록 널리 알려주세요.” 집을 나설 때 양 집사는 작은 봉지에 귤을 넣어 건넸다. 36.5도의 체온이 느껴졌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